"이전투구" 세븐브로이-대한제분 갈등 어디까지

"전달한 레시피 없다면 구현할 수 없는 맛" vs "유사할 순 있어도 동일하지 않아"

[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세븐브로이맥주와 대한제분이 곰표밀맥주를 두고 싸움을 벌이면서, '황금알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른다'는 업계의 우려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세븐브로이맥주에 따르면 '대표밀맥주'는 4월28일 출시 후 첫 한달간 50만 캔이 판매됐다.

3월 대한제분과 계약이 종료된 세븐브로이맥주는 4월 기존 곰표밀맥주를 대표밀맥주로 바꿔 출시한다며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곰표밀맥주는 2020년 5월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은 5천850만 개로, 한 달 평균 162만 캔이다. 세븐브로이는 3월 대한제분과 계약 종료에 따라 기존 곰표밀맥주에서 브랜드만 변경해 제품을 내놓았지만 판매량이 약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곰표밀맥주는 주류 위탁생산이 가능해지면서 2021년 5월 한 달 생산량을 300만 캔으로 늘렸지만 2주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대표밀맥주가 곰표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우기는 어렵기에 세브븐로이맥주의 상장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세븐브로이맥주 1분기 매출액은 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억원에서 4억5천800만원으로 85% 가량 감소했다. 세븐브로이맥주 매출 중 곰표밀맥주는 90%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브로이맥주는 이달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목표로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 키움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회계법인이 세븐브로이맥주에 대해 2021년 사업연도 감사의견 '한정'을 내놓으면서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했던 상장 일정이 지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의견 한정은 재무제표 상의 대부분 내용은 이상이 없으나, 특정 항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었을 경우 기재한다.

세븐브로이맥주 관계자는 "상반기를 상장 목표로 설정한 적은 없으며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대한제분이 곰표밀맥주 효과를 그대로 누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세븐브로이는 이달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제분을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 금지'와 '사업활동방해행위 금지' 위반으로 제소했다.

세븐브로이맥주의 '대표밀맥주'와 대한제분의'곰표밀맥주' [사진=세븐브로이맥주]

세븐브로이맥주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지난해 4월 세븐브로이에게 곰표밀맥주를 직접 해외 수출하겠다고 알려왔고, 세븐브로이는 계약 종료를 피하기 위해 이미 진행하고 있던 해외 수출사업을 포기하고 대한제분과 판매마진을 나누었다. 이어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에게 성분분석표와 영양성분표를 요구한데 이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주류 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포함시켰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맥주 대신 제주맥주가 생산한 곰표밀맥주 신제품을 19일부터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세븐브로이맥주는 곰표밀맥주 신제품을 확인했고, 지난 3년 동안 생산된 곰표밀맥주와 동일하다고 판단해 공정위에 제소하면서 출시 일정이 밀렸다.

만약 세븐브로이맥주의 주장이 받아 들여져 곰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면 대한제분 또한 타격은 크다. 대한제분은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문구류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 '생활용품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 '아이스크림 및 기타 식용 빙과류 제조업' 등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하며 소비자향(B2C)쪽 신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제분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출 관련 절차를 위해 제출하는 문서를 전달했을 뿐, 핵심기술을 요청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상호협의로 진행한 업무에 대해 세븐브로이맥주가 말한 내용은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직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으로, 맛이 비슷한지 어떤지는 출시된 후 고객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동일한 레시피를 사용해 완전히 똑같은 맛으로 출시됐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나 성분비를 모르는 상태에서 맛을 구현하려 했다면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이며, 알고 있다고 해도 똑같은 맛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세븐브로이맥주도 단순히 맛만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입증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것"이란 의견을 보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캔에 표시된 원재료 외에도 국세청과 식약처에 주질감정과 품질제조보고서, 성분표, 시험성적서 등을 제출하는 과정은 제조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세븐브로이가 자료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새로 나온 곰표밀맥주와 비교해본다면 확실하게 증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화 기자(shkim0618@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