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교과과정 내 출제" 문책한 수능 6월 모평…'킬러문항' 보니

김경록 기자 2023. 6.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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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률 2.9% 주관식 수학 문제…6월 모평 '킬러'
"낯설게 느끼도록 응용…'교육과정 밖' 단정 어려워"
국어 독서 "다양한 소재 출제가 곧 교육과정 취지"
[서울=뉴시스]지난 1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 22번 문항. EBSi 집계 기준 정답률 2.9%로 30개 문항 중 가장 낮았다.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출문제 자료 갈무리) 2023.06.2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 당국 수장을 불러 '공교육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를 강조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항이 이를 위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어 가장 최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킬러 문항'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운영하는 EBSi에 따르면, 9만1000여건의 가채점 결과 지난 6월1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모의평가 수학 영역에서 22번 문항이 2.9%로 가장 낮은 정답률을 기록했다.

미분을 이용해 삼차함수 그래프를 지나는 직선의 기울기를 구하는 문제로, 공통과목인 수학Ⅱ에서 출제됐다.

100명 중 3명도 맞추지 못한 이 킬러 문항, 윤 대통령이 말한 공교육 교육과정을 벗어났을까. 고등학교 교사 및 입시업계 전문가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인 장지환 배재고 수학교사는 해당 문제를 두고 "교육과정에 포함되는지 위배되는지 단정하기 애매하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장 교사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봐 온 일반적인 함수식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학생들의 수학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응용해) 다소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함수를 출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수학 22번 문제는 단순 지식보다는 좀 더 종합적인 사고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럼에도 공교육 외적인 학습이 필요한 정도의 난이도는 아니다. 주관식이어서 정답률이 더 낮은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정부와 국민의힘이 실무 당정협회의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교육과정 밖 '킬러 문항' 배제와 적정 난이도를 확보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지난 1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킬러문항 관련 안내문구가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위 '수능 킬러 문항'에 관해 "공교육이 아니라 장외에서 배워야 풀 수 있는 문제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고 밝혔으며, '킬러 문항'은 오는 9월 모의평가부터 배제될 방침이다. 2023.06.19. myjs@newsis.com


국어 영역에서는 14번 독서 문항의 정답률이 36.4%로 가장 낮았다. 킬러 문항은 통상 한 자릿수 정답률을 보이기 때문에 킬러 문항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번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어렵게 푼 문제로 볼 수 있다.

이 문제 또한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재영 서울 면목고 국어교사는 "고등학교 독서 과목에는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글에서 필요한 지식이나 지식을 습득하고 비판적·추론적 독해를 할 수 있다는 성취 기준이 있다"며 "고등학생에게 요구되는 독해력·추론력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국어 독서 과목은 유독 지문의 소재를 겨냥한 비판이 많다. 가령 지난해 수능 국어 영역 킬러 문항으로 꼽힌 '클라이버의 기초대사량 연구' 지문은 배경지식이 없는 문과생의 경우 풀이는커녕 이해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에 명시된 학생의 독해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라면 지문의 소재는 교육과정 밖이라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엄격하게 지문의 소재까지 교과서나 EBS 교재로 한정하는 것이 가능은 하다. 변별력도 출제 단계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서도 "범교과적인 다양한 소재의 지문으로 비판적 추론 및 사고력을 측정하는 본래 국어과 수능 시험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영 교사도 "지문 소재를 문제 삼는다면 독서 과목의 모든 지문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며 "과목의 특성을 고려한 지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공교육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되면 안 된다'는 수능 및 모의평가 출제 기조가 첫 수능 리허설인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대입 담당 교육부 이 모 인재정책기획관이 경질됐으며, 전날 이규민 평가원장은 "6월 모의평가 관련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임했다. 교육부와 총리실은 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평가원이 출제한 지난 수능 및 모의평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16일 출입기자단 온라인 설명회에서 "모의평가 이후 가채점 결과 등을 통해 일부 문항에 대해서는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됐다는 분석을 했다"면서도 "특정 문제나 과목에 대해 이 자리에서 교육과정 밖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평가원이 지난 4년 정도 출제된 문제의 정답률, 어떤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는지, 그 부작용은 무엇이 있었는지 공개하면서 근거를 가지고 일반 국민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며 "특히 수학의 경우 단순히 문제를 꼬아서 애들이 어려워했다는 정도의 반응만으로 (교육과정 밖이라고) 특정하는 것은 또 다른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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