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학원 빼고 모두 희생자
尹 "킬러문항, 약자인 우리 아이들 갖고 장난치는 것"
사교육 망국론 주범으로 지목 … 평가원장 전격 사의
◆ 사교육 대책 ◆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37~42번은 보험료와 보험금 산정에 관한 '비문학' 지문으로 수험생들에게 충격을 줬다. 전문지식을 갖춘 금융감독원 직원조차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2019학년도 국어 31번의 만유인력 지문도 그랬다. 2019학년도 수능 수학(나형) 30번은 학생들이 유독 어려워하는 도함수를 활용한 최고 난도 문제로 정답률이 2%에 불과했다. 올해 치러지는 수능에서는 이처럼 교과과정 밖에서 출제돼 수험생을 '멘붕'에 빠뜨리는 이른바 '킬러문항'이 사라질 전망이다.
19일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문항을 없애기로 했다.
킬러문항은 시험에서 변별력을 높이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는 데 당정이 의견을 같이했다. 실제로 한 학원은 킬러문항 전문으로 알려지며 수천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킬러문항 제외를 사교육 절감을 위한 핵심 대책으로 삼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학생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은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 때 2025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시켜 학생들에게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기회를 넓히기로 했다. 교육부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27일 사교육 경감 대책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다만 수능을 다섯 달 앞둔 시점에서 출제 방향이 전환되자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선도 빚어지는 분위기다. 변별력을 위해 어려운 문제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을 사교육 업체들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물론 '사교육 망국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있다. 이번 대책도 사교육비가 26조원에 달하는 등 고삐가 풀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막대한 사교육비는 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저출생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교육 정상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으니 사교육이 팽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가장 근본적 대책이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얘기다.
한편 최근 대통령실에서 난도 조절 실패 이야기가 나온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이날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2024학년도 수능의 안정적인 준비와 시행을 위해 사임하기로 했다"며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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