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은 늘었지만, 노동시간은 줄었다···경기침체 전조증상일까, 워라밸 확산 때문일까
미국에서 고용이 늘었지만,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시간 감소가 보통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산 등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전했다.
WSJ는 미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민간 기업 직원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34.3시간으로, 2021년 1월 최고치(35.0시간)보다 크게 하락했고 2019년 평균치(34.4시간)보다도 적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고용은 꾸준히 늘고 있다.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5월 고용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일자리 증가 폭은 3월(21만7000개)과 4월(29만4000개)보다도 많은 33만9000개로 집계됐다. WSJ가 추산한 전문가 전망치(19만개)를 웃돈 수치다. 일자리는 늘고 있는데 노동시간은 감소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WSJ는 전통적으로 노동시간 감소는 경기침체로 가는 불길한 신호였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의 아이치 아메미야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근무 시간 단축이 해고 물결의 확실한 전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량해고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4월 해고는 2019년 평균보다 약 13% 감소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아이치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주들이 경기가 다시 회복될 때 직원을 다시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직원을 해고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트럭 디젤 엔진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아메리칸 플릿’을 예로 들었다. 이 기업은 최근 주문량이 이전보다 약 40% 감소했지만,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업 영업 매니저인 마크 패터슨은 “정비사를 찾는 것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다시 주문량이 늘어나면 빨리 고용을 할 수가 없다”고 감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노동시간이 감소한 이유 중에는 노동자들이 더 적게 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작용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의 신용석 경제학 교수는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시작했다며 당시 ‘일과 삶 균형’의 재설정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팬데믹 이전에는 노동자들이 동료들보다 적게 일할 경우 승진에서 밀리거나 보너스를 적게 받을 것을 염려했지만, 이제는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더 적은 시간만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동료보다 입지를 잃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WSJ에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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