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갈등에 낀 韓, CPTPP 가입 서둘러야"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 대담
尹대통령 12년만에 국빈 방미
한미동맹 한단계 더 긴밀해져
中, 반도체 군사용으로 쓸수도
美수출규제 한동안 이어질 것
韓기업도 중국투자 재검토를
전 세계 무역 시장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파열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패권 경쟁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중국 내 반도체 장비의 반입을 금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도 미국 기업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지난 1일 제주포럼에서 동아시아재단이 주관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신보호주의에 대한 대응' 세션에 참여한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과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는 매일경제신문이 마련한 별도 대담을 통해 세계 무역 현안에 대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안충영 교수=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2년 만에 미국에 국빈으로 방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동맹의 강한 화학적 결합을 재확인한 것 같다. 전통적인 혈맹 관계를 회복하는 길을 연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제프리 쇼트 선임연구원=한국과 미국은 결코 나쁜 관계였던 적이 없다. 그 관계는 항상 좋았다. 나는 두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가져가기로 동의했다고 생각한다.
―안 교수=정상선언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자유, 민주주의, 인권 가치를 공유하는 이른바 가치동맹을 확실히 하는 전략적 명료성을 천명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은 번영이라는 요소를 추가해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역내 국가들 모두의 원칙에 입각한 질서 확립을 통한 공동번영의 포용적 노선으로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의 인태 전략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나.
▷쇼트 연구원=이번 국빈 방문 때 나는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백악관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내가 들은 회담의 내용은 모두 매우 긍정적이었다. 한미동맹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깊은 관계인 데다 매우 포괄적인 영역을 다룬다. 깊은 관계에는 항상 약간의 생각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항상 마찰 영역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이 표방한 인태 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이 조속히 가입해 규범에 입각한 질서를 확립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영국이 이제 새로 가입했기 때문에 한국이 들어와 규모가 커지면 미국도 CPTPP에 다시 들어올 유인이 커진다.
―안 교수=실제 미·중 간 경쟁 구도가 격화되면서 자유무역의 파수꾼을 자임하던 미국은 이제 중국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정부 보조금 등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다. 미국 국익 우선의 보호주의 산업정책에 한국 기업들이 많은 우려를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쇼트 연구원=무역 분야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미국에 가장 많은 무역 제한을 받는 나라가 어디인지 아느냐'고 반문한다. 정답은 캐나다다. 미국과 가장 많은 무역을 하고 있고, 교역 분야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마찰도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전체 동맹 관계의 큰 틀에서 보면 마찰은 매우 작고 미미하다. 마찰이 있는 분야가 있지만 우리는 전반적인 관계를 살펴야 한다.
―안 교수=바이든 행정부는 '칩4(CHIP4)'를 통해 반도체, 전기자동차, 전기 배터리의 제조 역량 자체를 미국 땅에 시현하고 한국과 대만이 메모리 칩이나 파운드리에 과다하게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는 거 같다. 미국이 국가안보라는 명분 아래 한국의 주력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의 국제 거래에서 일방적으로 수출 통제 등을 구사해 한국 기업들은 애먹고 있다.
▷쇼트 연구원=국방과 민수의 겸용 기술에 경계선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고급 반도체가 상업용뿐만 아니라 군사적 용도로 중요하게 사용된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은 중국이 군사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수출 통제를 받는 기술과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거나 중국 장비에 투자하는 것을 막는 게 대표적이다.
―안 교수=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중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삼성과 SK에 준 1년 유예 조치도 더는 허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이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한가.
▷쇼트 연구원=한국과 일본, 대만에는 어떤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혼란에 취약할 수 있는 많은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다. 기업들은 반도체 성능을 높이고 싶어하는데, 그 과정에서 반도체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아울러 확대시키고 있다. 수출 규제가 조만간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이라면 수출 통제가 상당 기간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중국에 계속 투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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