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범벅인 채 보호자 챙겨"…'트럭 참변' 주석중 교수 빈소서 환자 오열

박정렬 기자 2023. 6. 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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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 20호실은 입구부터 복도까지 100여개의 조화로 가득 차 있었다.

전상훈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동맥 치료 수준을 끌어올린 의사"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20년 이상 '대동맥' 한 분야에만 헌신하며 최고의 의술을 펼쳐 온 그를 잃은 것은 의료계에 큰 손실"이라며 가슴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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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혈관 지켜준 '따뜻한' 의사"…환자·동료 '추모의 물결'

지난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 20호실은 입구부터 복도까지 100여개의 조화로 가득 차 있었다. 국내 대동맥 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주 교수의 실력과 성품을 비추는 듯했다. 전날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이날 오전에는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같은 병원의 행정·진료 직원들도 너나없이 빈소를 찾아 유족의 슬픔을 함께했다.

16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故)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빈소에 추모객들이 놓인 국화꽃들이 놓여있다. /사진=박정렬 기자


빈소에는 동료를 비롯해 환자와 보호자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침 일찍 장례식장에 도착한 이택선·박흥수 부부는 전날 주 교수의 부고 소식을 접한 후 충남 아산에서 두 시간 반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을 찾았다. 20년 전 주 교수로부터 심장 혈관이 막히는 협심증으로 개복 수술받았던 이씨는 "아까운 분이 돌아가셨다"고 인터뷰 내내 울먹였다.

아내인 박씨는 "남편 수술을 마치고 피를 잔뜩 뒤집어쓴 모습에도 가족을 먼저 안심시켜주던 주 교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치료 후 10년 넘도록 약 타러 올 때마다 건강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독여주던 인자하고 따뜻하신 분"이라고 주 교수를 떠올렸다. 이씨는 "수십 년 동안 이렇게 건강히 지낸 것은 모두 주 교수님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애통해했다.

가족에게도 주 교수는 항상 웃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온화한 사람이었다.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해 가족이 모일 때면 일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인화해 선물해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걸 즐겼다고 한다. 주 교수의 조카는 "가족이 모이는 걸 좋아하셨는데 자주 참석하지 못하셨다. 피로를 이기지 못해 졸기도 하고, 여행 중에도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도중에 바로 병원을 찾으신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환자를 정말 가족처럼 생각했던 분"이라고 주 교수를 떠올렸다.

고(故) 주석중 심장흉부혈관외과 교수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병원, 제약사 등이 보낸 조화가 가득차 있다. /사진=박정렬 기자


가족들은 주 교수가 응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에서 가까운 거리로 꽤 오래전에 이사를 왔다고 전했다.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며 환자를 돌보는 그를 가족들이 안쓰러워서 할 때면 주 교수는 "힘들지만 보람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주 교수의 조카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굳은 사명감으로 환자를 돌보고 연구에 매진하셨던 분"이라며 "인사도 없이 가버리셔서 너무 애통하지만 온 국민이 함께 추모해주시고, 같이 슬퍼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영면에 든 주 교수를 기렸다.

의료계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 교수는 심장혈관흉부외과의 4개 분야(성인 심장, 소아 심장, 종양, 대동맥) 중 응급수술이 가장 많은 대동맥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지난 2020년에는 급성 대동맥 박리 수술 성공률을 97.8%로 끌어올렸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세계 유수 병원들이 모인 국제 급성대동맥박리학회가 "대동맥 박리 수술 성공률은 평균 80~85%"라고 발표한 내용과 비교해도 우수한 결과였다.

전상훈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동맥 치료 수준을 끌어올린 의사"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20년 이상 '대동맥' 한 분야에만 헌신하며 최고의 의술을 펼쳐 온 그를 잃은 것은 의료계에 큰 손실"이라며 가슴 아파했다. 김경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교수)은 "환자를 최우선으로 걱정하고 사랑한 최고의 의사를 떠나보내는 심정은 너무 참담하다"며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고귀한 뜻과 열정을 좇아가겠다"고 애도했다.

주 교수의 발인은 오전 20일 엄수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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