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윤석열 정권은 ‘5포·압구정’ 정권”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정면 비판
민주당 35조원 추경 추진 계획도 밝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난 1년, 우리 사회 곳곳은 거대하고 지속적인 퇴행을 겪었다”며 “한 마디로 5포 정권, 국민포기정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검찰이 잇단 압수수색과 구속, 기소를 두고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압·구·정’ 정권”이라고 했다. 대일본 외교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방적 양보만을 담아 내준 물컵을 일본을 후쿠시마 오염수로 채우려 한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이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선뜻 민주당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것을 아프게 자성한다”면서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도 공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전환의 시대, 퇴행을 거슬러 내일을 창조하자’는 제목으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28일 이후 약 8개월여 만에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섰다.
이 대표는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윤 정권은 민생, 경제, 정치, 외교, 안전을 포기했고, 국가 그 자체인 국민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1분기 가계부채 총액은 약 1854조원이다. 한국을 세계 34개 주요국 가운데 가계 빚이 GDP(국내총생산)를 넘는 유일한 나라”라며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로 소득 하위 20% 중 3분의 2가 적자 가구, 빚을 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무리한 초 부자 감세로 부동산·자산·금융·사업소득 세수는 수십조원까지 줄어 ‘세수 펑크’를 불렀다”며 “반면 직장인들의 근로소득세는 4월까지 22조8000억원, 전년(동기)보다 1000억원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삶이 힘들고 경제가 어려워도 ‘무대책이 대책’이라는 정부로 인해 우리 경제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검찰의 구둣발은 제1야당 당사도, 국회사무처도, 언론기관도 가리지 않는다. 하루 평균 천건 넘는 압수수색이 벌어진다. 구속과 기소가 남발된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내정이 유력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을 가리켜 “MB(이명박) 정권의 검증된 ‘언론탄압 선봉장’이자 ‘언론장악 기술자’”라며 “드라마 <더 글로리>에 버금가는 학폭 사건이 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선 문제가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제 3자 변제’ 해법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한 대응 등을 비판하며 “희석된 핵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는 한덕수 총리 말씀처럼, 오염수 안전성 홍보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보다 오히려 더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민생경제대책위원회의 지난 12~15일 방중 성과를 소개하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에도 함께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 오염수 고체화 등 다른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일본 정부는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류를 고집한다”며 “비용이 문제라면 국제사회와 함께 보관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금리 속 긴급생계비 대출, 이자 지원 등에 12조원, 에너지요금 지원 등에 11조원, 주거 안정에 7조원 등 세부 사향도 제시했다. 그는 “국채를 늘려서라도 재정이 경제회복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세계잉여금, 업무추진비·특활비 강액 등으로 국채 발행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대책을 시급하게 보완하겠다며 공공의 채권매입, 사후정산 등이 포함된 추가 입법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정부 에너지 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촉구한다”며 “전국적인 지능형 송배전망을 대규모로 건설할 때”라고 말했다. 또 “모태펀드 확충, 세컨더리 펀드 확대, 창업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규제 완화 특구를 추진해야 한다”며 “벤처 스타트업 활성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 4.5일제 도입을 시작으로 주4일제로 전환해가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으로 산업재해 등 장시간 노동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내 안팎에서 제기되는 당 혁신 요구를 의식한 듯 “1년 만에 국민이 정권을 포기했지만, 민주당이 그 분노와 실망을 희망과 기대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윤석열 정권과 경쟁하지 않고, 어제의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며 “국민들이 ‘민주당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까지 변화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기본사회’도 재차 언급하며 “윤석열 정권의 각자도생 정글 사회를 넘어 안정되고 풍요롭고 희망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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