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쿠바, 여행도 많이 가는데 미수교국이라고?
멀지만 가까운데 아직 비수교국, 쿠바
세계 최강국 미국에 반세기 동안 맞선 '적성 국가'.
소련의 핵탄두 미사일을 배치하려다 전쟁 날 뻔한 나라.
미국과 극적으로 수교한 이후 경제난 타개에 올인 중인 이 곳은?
바로 쿠바입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스물 두 시간 날아가야 하는 먼 나라지만, 심리적 거리는 그보단 좀 더 가까운 나라죠. 코로나 19 확산 전까지만 해도 한 해에만 수천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쿠바를 찾았고요. 쿠바 국민들도 '시크릿 가든' 같은 K-드라마에 푹 빠지면서 한때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임수석 ㅣ 외교부 대변인
"박진 외교장관은 쿠바 외교차관과 (지난 5월에)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양국 간 대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한국 정부도 쿠바와 수교를 염두에 둔 접촉일 수 있다는 걸 딱히 부인하진 않았는데요. 그렇다고 정부가 갑자기 뜬금없이 수교를 추진하는 건 아닙니다.
북한과 각별했던 쿠바, 한국과는...
그런데 왜 정부는 쿠바와 수교를 하지 못한 걸까요?
이 답을 드리려면, 조금 더 오랜 역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사실 한국이 쿠바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48년 남한과 북한이 각각 단독 정부를 수립했을 당시에 쿠바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대한민국 정부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한국에 27만 달러의 긴급 구호품을 지원해주기도 했죠. 전쟁이 끝난 후인 1958년에는 주중국(대만) 상주 쿠바 대사로 부임한 로센도 칸토 에르난데스가 주한 공사 겸임을 발령 받아서, 1959년 1월 한국 정부에 신임장을 제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았던 관계는 1959년 쿠바의 혁명으로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틀어지게 됐습니다. 당초 주한 공사로도 겸임할 예정이던 로센도 대사는 자진 사임 후 망명했고요. 쿠바는 1960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공식 정부로 승인하고 국교를 체결했습니다. 이렇게 한국과 멀어진 쿠바는 북한과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급속도로 가까워지는데요. 특히 두 나라의 1세대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와 김일성이 툭하면 "형제다", "동지다" 얘기할 정도로 각별했습니다.
일례로, 1986년도에 쿠바가 소련에 무기를 요청했다가 거절 당하니까, 그때 북한이 대신 도와주겠다면서 AK 소총 10만 정에 1천 600만 달러의 탄약을 무상으로 지원해줬는데요. 카스트로는 이 일에 많이 감동했는지 자서전에도 여러 번 고마웠다고 썼습니다. 그런 카스트로가 북한 입장에서도 고마운 게, 쿠바는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없애야 한다고 북한을 계속 지지해줬습니다. 이렇게 가는 정, 오는 정이 깊어지다 보니, 카스트로가 2016년에 숨졌을 때 북한은 당과 군 주요인사로 꾸려진 조문단을 쿠바에 파견하고, 또 이례적으로 3일간 국가 애도 기간까지 선포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북한에 있는 쿠바대사관을 찾아가 조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끈끈한 1세대의 연대를 기억하는 2세대, 3세대가 있는 쿠바로선 당연히 북한이 신경 쓰이니까 한국 정부의 수교 제안이 고민스럽겠죠. 실제로 2015년도에는 쿠바의 한 차관급 인사인 로페스 호세마르티 문화원 부원장이 "한국과의 수교, 최고위급의 결단만 남았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한 직후에 돌연 해임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중남미 지역 전문가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쿠바 정부가 로페스 부원장을 해임한 건 쿠바 측이 비교적 최근까지도 북한의 반응에 아주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쿠바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게다가 쿠바의 주요 수출품인 설탕 생산마저 크게 줄어들면서, 2년 전 GDP 성장률이 -11%로 3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안그래도 미국의 제재로 어려웠는데,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진 건데요. 이 때문에 쿠바 전역에서 빈곤 타파를 요구하는 시위가 지난 한 달만 400건이나 발생했고, 미국 등으로 떠난 쿠바 국민도 2021년 9월부터 1년만 집계해봐도 23만 명이 넘을 정도였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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