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돈줄 다 말랐다고?...구글·포드가 투자한 기업마저 줄줄이 폐업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3. 6. 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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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에 신규 출자 꺼려
벤처캐피털 펀드 모금 급감
美 투자액 1년전 60% 불과
수익못낸 스타트업 줄폐업
“스타트업 생태계 압력 가중”
[사진 = AP 연합뉴스]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자금이 급격히 말라가고 있다. 경기 둔화 여파에 펀드 출자자들이 신규 출자를 꺼리면서,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톱 투자사인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60억달러(7조6800억원) 규모로 신규 펀드 결성을 추진했지만 20억달러 조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타이거 글로벌은 600억달러 자산을 보유한 글로벌 투자사”라면서 “작년 10월부터 16번째 펀드를 위한 펀드 결성에 나섰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타이거 글로벌은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패션 스타트업 셰인,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 등에 잇따라 성공적인 투자를 했지만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인해 장부 손실액이 20%를 넘어섰다.

이런 곳은 또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인사이트 파트너스는 200억달러 규모로 대형 펀드 결성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현재 20억달러 투자 유치에 그쳤다. 인사이트 파트너스는 펀드 결성 규모를 150억달러로 낮추고 다시 투자 유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작년에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가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로 인해 직격탄을 입었다. 2억1400만달러를 통 크게 투자했지만 FTX가 폐업하면서 전액 손실 처리했다.

이 같은 글로벌 벤처캐피털은 국부 펀드, 대형 투자 기관, 증권사, 부호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운용·성과 보수를 받고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를 해 왔다. 팬데믹을 전후해 세계적인 스타트업들이 부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미국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상장 기업의 주가가 내려갔고 이에 따라 비상장사의 기업 가치 역시 함께 급락했다. 비상장사의 상장 목표가액이 하락하면서 대다수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연쇄적으로 후퇴했다.

09미국벤처캐피털펀드투자액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는 한 때 몸값이 950억달러에 달했지만 500억달러로 후퇴했다. 또 식료품 구매 대행 스타트업 인스타카트는 39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 낮아졌다. 그나마 이들은 수익을 창출해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문을 닫았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와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투자한 플라잉카 스타트업 키티호크가 자금난에 폐업을 선언했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덩치가 쪼그라들자, 이들 주식을 보유한 벤처캐피털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펀드 가치가 폭락하면서 종전 출자자들이 신규 출자를 손사래 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인 피치북에 따르면, 상장·비상장사에 모두 투자하는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액은 올해 1분기 14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347억달러 대비 60% 급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회수액은 58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언택트 붐으로 기술주들이 인기를 끌던 2021년 회수액 대비 고작 1% 수준이다.

이에 대해 피치북의 카일 스탠포드 수석투자분석가는 “미국에서 1분기에 고작 20개 스타트업만이 상장을 한 데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 늘어난 것이 벤처캐피털의 가치를 낮추고 있다”면서 “이들이 투자에 몸을 사리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내에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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