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계약 1만대 넘긴 EV9 직접 타보니
130km/h 이상 속도내면 시트 조여져
30분 이상 연속 주행 시 안마기능 작동
기아의 EV9이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했다. 불과 8일 만에 낸 실적이다. 대형 전동화 SUV 중에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사전계약 고객 중 60%가 개인인데, 40대가 가장 많다. 차량 구매 시 온 가족이 타고 움직일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40대가 대다수 고객으로 집계되면서 EV9이 새로운 가족형 SUV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EV9 4WD 어스(Earth) 풀옵션을 직접 시승해봤다. 경기도 하남에서 출발해 충청남도 아산을 거쳐 부여까지 이동하는 210km 코스다. 해당 차량의 1회 복합 주행거리인 454km의 절반 정도다. 코스에는 고속주행 구간과 구불구불한 산길이 고루 포함돼 전기차 특유의 날쌘 주행력과 가감속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외관은 앞서 공개한 대로 출시됐다. 전체적으로 각진 큐브 모양을 유지하면서 곳곳에 전기차만의 특색을 반영했다. 전면부에는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을, 측면에는 오토 도어핸들, 후면부에서는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로 모던한 느낌을 줬다. 3열(6인승) 차량다운 웅장함은 덤이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1열은 센터콘솔에 있을법한 버튼들을 디스플레이와 스티어링휠에 집어넣어 확 트인 공간감을 자랑했다. 변속 레버와 시동버튼은 스티어링휠 뒤편에 나란히 위치한다. 그 뒤에 위치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넓은 공간감을 극대화한다.
1열 헤드레스트에는 메쉬 원단이 적용됐다. EV9 실내공간에 개방감을 더하는 한 요소다. 메쉬 원단 덕에 2열과 3열에서 바라보는 정면 모습이 한층 쾌적했다.
시승을 시작하자 묵직한 가속력이 돋보였다. 99.8kWh 용량에 이르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아래로 눌러줘서인지 중소형 전기차의 튀어 나가는 듯한 느낌을 덜 받게 했다. 그렇지만 가속이 붙는 속도는 전기차답게 아주 빨랐다.
고속주행 구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봤다. 워낙 기초 체력이 좋아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충분했다. 멀리서 달리고 있는 앞차 근처까지 가는 데 잠깐이면 됐다. EV9 4WD 어스 풀옵션 최고출력은 283kW, 최대토크는 700Nm에 이른다. 130km/h 이상으로 달렸을 때 운전자를 감싸듯이 조여지는 시트는 안정감을 더했다.
전장 5010mm, 전폭 1980mm, 축거 3100mm에 이르는 차량 크기에 운전이 버겁진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차선이탈방지 기능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앞차와의 간격과 최고 속도만 지정해두면 되는 자율주행기능도 한몫 했다.
코너 주행은 꽤 안정적이었다. 가감속 성능과 더불어 스티어링휠의 역할도 상당했다. EV9 스티어링휠은 그다지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간 현대차·기아를 시승하면서 항상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스티어링휠이었는데 이는 EV9에서 보여준 의외의 개선점이었다. 스티어링휠을 살짝만 돌려도 타이어가 반응해 코너링이 수월했다.
1시간 이상 운전을 이어가자 시트 안마기능이 자동으로 켜졌다. 허리를 중점적으로 마사지해줘 피로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주행 중 안마기능은 30분 또는 1시간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 안마기능이 탑재된 시트는 2열에도 적용됐다. 2열까지 안마기능 시트가 들어간 건 기아 차량 중 EV9이 최초다.
다만 노면에서의 꿀렁거림은 생각보다 많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통통 튄다는 느낌보단 부드럽게 노면을 올라타고 지나가는 쪽에 가까웠다.
EV9 충전시간은 800V 고전압 시스템의 경우 10%에서 80%까지 약 20~30분이다. 복합연비는 3.9~4.2km/kWh다.
가격은 2WD 에어가 7000만원대 중반(개별소비세 3.5% 적용), 어스는 8000만원대 초반이다. 4WD 에어는 8000만원대 초반, 어스는 8000만원대 중반이다. 출시를 앞둔 GT-line 가격은 8000만원대 후반으로 책정됐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정민주 (minj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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