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英 왕세자 "내 자녀들, 노숙인과도 대면시킬 것"

김태훈 2023. 6. 1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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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공주와 노숙인.'

 2005년부터 노숙인 관련 자선단체 '센터포인트'를 후원하고 있는 윌리엄 왕세자는 한겨울인 2009년 12월 "젊은 노숙인들이 겪는 고충을 이해하고 싶다"며 거리에서 하룻밤 노숙 체험도 했다.

자녀들에게 노숙인과 빈곤 문제를 솔직히 알리고 싶다는 윌리엄 왕세자의 바람은 어머니 고(故) 다이애나 비가 생전에 가르쳐준 교훈에서 비롯한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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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공주도 빈부격차와 불평등 개념 알아야"
어머니 다이애나 妃의 가르침 실천하려는 듯

‘왕자, 공주와 노숙인.’

어쩐지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영국인들은 향후 몇 년 안에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국왕 찰스 3세의 장남이자 차기 왕위 계승권자인 윌리엄 왕세자가 그의 자녀들을 노숙인 보호소로 데려갈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후 군주제 페지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시대에 맞게 왕실을 바꿔 나가려는 몸부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국 차기 왕위 계승권자인 윌리엄 왕세자와 그 자녀들. 왼쪽부터 샬럿 공주, 윌리엄 왕세자, 루이 왕자 그리고 장남인 조지 왕자. 영국 BBC 홈페이지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윌리엄 왕세자는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에는 도움의 손길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내 자녀들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언젠가 아이들이 노숙자와 마주하는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엄 왕세자는 부인 케이트 미들턴 비(妃)와의 사이에 조지(9) 왕자, 샬럿(8) 공주 그리고 루이(5) 왕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 만큼 영국 사회의 빈부격차와 불평등에 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일단 기다려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숙인과 빈곤 문제는 윌리엄 왕세자가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온 분야다. 그는 2022년 런던 거리에서 노숙인의 자활을 돕기 위한 잡지 ‘빅이슈’ 일일 판매원으로 나서 커다란 화제가 됐다. 어찌 보면 ‘서민 코스프레’ 아니냐는 비아냥을 살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당시 윌리엄 왕세자와 함께한 어느 시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커다란 영광”이란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2005년부터 노숙인 관련 자선단체 ‘센터포인트’를 후원하고 있는 윌리엄 왕세자는 한겨울인 2009년 12월 “젊은 노숙인들이 겪는 고충을 이해하고 싶다”며 거리에서 하룻밤 노숙 체험도 했다.

자녀들에게 노숙인과 빈곤 문제를 솔직히 알리고 싶다는 윌리엄 왕세자의 바람은 어머니 고(故) 다이애나 비가 생전에 가르쳐준 교훈에서 비롯한 바가 크다. 다이애나는 찰스 3세와 이혼하기 전인 1993년 당시 11세이던 장남 윌리엄 그리고 차남 해리(당시 9세)를 데리고 런던 시내 노숙인 보호소를 방문했다. 왕실 구성원으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란 형제한테 현실의 빈부격차 그리고 불평등에 관해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훗날 윌리엄 왕세자는 “어머니(다이애나)는 내가 꽤 어렸을 때부터 노숙인이 왜 생겨나는지 그 원인을 설명해주셨다”며 “어머니가 그렇게 해주신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회상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찰스 3세 국왕의 75회 생일을 축하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린 가운데 왕실 주요 구성원들이 버킹엄궁 발코니에 모여 시민들한테 손을 흔들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커밀라 왕비, 찰스 3세 국왕, 샬럿 공주, 루이 왕자, 조지 왕자. 뒷줄 오른쪽부터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 영국 왕실 ‘로열패밀리’ SNS 캡처
일각에선 ‘21세기에 군주제가 웬 말이냐’ 하는 냉소적 시선으로부터 영국 왕실을 지켜내기 위한 고육책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2022년 영국 국민통합의 상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하고 그의 아들 찰스 3세가 즉위한 뒤 군주제 폐지와 공화정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중이다. 얼마 전 치러진 찰스 3세의 대관식과 관련해 “시대와 맞지 않는 구태” “왜 왕실 놀음에 국민 세금을 쓰나” 등 비아냥이 쏟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영국 왕실이 21세기에도 계속 살아남아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구중궁궐에서 호화로운 파티나 벌이는 모습으로는 안 되고, 왕실 구성원들이 직접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 서민들의 애환을 체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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