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 입찰’ 조사 예고에... 공공택지 낙찰 받은 민간건설사들 ‘긴장감 역력’
입찰과정 위법·편법 여부 들여다볼 듯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벌떼 입찰’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과거 입찰을 통해 공공택지를 받은 민간 건설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에 들어간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대방건설이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처럼 공공 택지를 대거 낙찰 받는 과정에서 불법이나 편법이 있었는지, 또 이를 총수 일가의 상속을 위한 ‘부당 지원’의 수단으로 썼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 제재와 관련해 이번에 공정위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벌떼 입찰 자체가 아니라 ‘계열사 간 부당지원’에 방점이 있다. 호반건설이 장·차남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부당내부거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하지만 원 장관은 이러한 부당지원 행위에 쓰인 자금이 결국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서 벌떼 입찰로 마련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시기에 입찰 등록기준을 충족했는지 보겠다”,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검찰 수사로 밝혀지도록 하겠다”(지난 16일 페이스북)는 원 장관 발언을 보면, 국토부의 이번 점검이 공정위의 처분과는 결이 다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4월, 벌떼입찰과 관련된 13개 업체를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벌떼입찰 행위 자체는 공정위와 달리, 검·경에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광주경찰청은 지난 2월 중흥건설 대표 등 2명을 해당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벌떼 입찰’은 건설사가 공공택지 용지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공공택지는 합리적인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쟁입찰이 아니라 가격을 미리 정하고 추첨을 통해 땅을 공급한다. 이에 건설사들은 소위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계열사나 관계사를 최대한 동원하는 방식으로 추첨 확률을 높여왔다.
심지어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계열사로 등록해 낙찰 받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에는 시공능력순위 50위내 한 중견 건설사가 경기도 단속망에 포착돼 9개의 계열사(가짜 건설사)를 자진폐업 신청하기도 했다. 앞서 경기도는 올해 1~3월, 지난 2020년도 LH 아파트용지 낙찰 건설사 3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또 강민국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해 8월 공개한 ‘LH의 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2021년에서 호반, 대방, 중흥, 우미, 제일 등 5개 건설사가 벌떼입찰로 총 178필지의 공공택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공공택지를 낙찰 받는 건설사들은 대부분 중소 건설사다. 대형 건설사들은 내부 의사결정이 오래 걸리고 계열사 편입 조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는 점에서 참여율이 적었다. 이 과정에서 중견 건설사가 공공택지 개발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게 됐는데, 이제는 국토부와 검경 조사의 타깃이 된 셈이다.
이에 과거 공공택지 낙찰 받은 기업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공능력 50위 안에 드는 한 중견건설사의 임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사실 올해 초에 공정위 조사를 받았고 벌떼입찰 관련 경찰 조사도 받은 상태”라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소건설사의 관계자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계열사들이) 정상적인 회사라고 항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나 수사당국은 정상적이지 않은 회사들로 입찰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로 자칫 중소건설사들이 공공택지 입찰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 침체로 공공택지 입찰이 계속 유찰될 뿐더러 팔린 택지도 손해를 감수하고 반납하는 분위기”라며 “아무래도 당국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공공택지 입찰을 더욱 꺼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1사1필지로 돼 있는 공공택지 청약조건도 기업 규모를 감안하는 등 보다 실효성있게 개선해야 한다”면서 “소규모 부지라 돈이 안 되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는 안 들어오고 중소 건설사는 눈치 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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