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세면 충전기도 대세…SK·현대차·LG·롯데 다 뛰어들었다
전기차 확산장에 '블루오션' 맞지만…기술 차별화 어려워 '치킨게임' 우려도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대기업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속속 뛰어들고 있다.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자체 사업을 출범하는 등 참여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그룹 계열사의 사업 역량을 모으고 자금력을 무기로 전기차 시대에 맞춰 성장이 예상되는 충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5대 그룹에서는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 모두 전기차 충전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체 서비스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시작했다.
◇SK·LG, 계열사 총동원 '시너지' 사활…범LG家는 노하우 맞손
가장 먼저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뛰어든 기업은 SK그룹이다. SK는 2021년 충전기 제조업체인 '시그넷EV'(현 SK시그넷) 지분 55.5%를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SK시그넷 외에도 초급속 충전기를 운영하는 SK일렉링크, 주차와 연계한 충전 서비스를 맡은 SK E&S를 통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SK일렉링크는 SK네트웍스(001740)가 인프라 운영에 힘을 기울이기 위해 국내 최대 급속 충전기 운영사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재출범시킨 곳이다. SK시그넷은 미국 1위 초급속 충전소 운영사업자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EA)와 2위 '이비고'(EVgo) 수주를 꾸준히 따낸 덕분에 국내보다는 해외 매출 비중(80%)이 높다. SK E&S는 5600개 이상의 주차장 네트워크를 보유한 자회사 파킹클라우드와 연계한 충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LG는 전기차 배터리 제작부터 충전 솔루션, 플랫폼까지 모든 서비스를 망라하는 '전기차 충전기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하면서 전기차 충전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2019년 설립된 애플망고는 완속·급속 충전기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예전 모바일사업본부가 사용하던 평택디지털단지 스마트폰 생산 라인은 충전기 생산 라인으로 탈바꿈했다.
각 계열사가 맡은 사업 특징도 '전기차 충전기'라는 고리로 연결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전기차 충전 사업의 시작점인 배터리를 생산·판매하고 LG디스플레이(034220)는 전기차 충전소의 디스플레이, LG이노텍(011070)은 컨버터 등 충전용 부품을 제작한다. 통신사업자인 LG유플러스(032640)는 플랫폼을 담당한다.
LG는 범LG가(家)인 GS그룹과도 손을 잡았다. GS의 충전소 운영 노하우, 사용 고객과의 접점 등을 통해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066570)는 GS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 플러스 허브'에 전기차 충전소 통합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관련 역량을 쌓아왔다.
GS도 자체적인 전기차 충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충전 서비스 사업자 지엔텔과 합작법인 '지커넥트'를 설립하고, 지엔텔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권을 사들였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최대 완속충전 사업자인 '차지비'도 인수했다.
LS그룹은 E1과 50%씩 출자해 전기차 충전 컨트롤 타워인 'LS 이링크'(E-Link)를 설립하고 전국 350여개 E1 가스충전소를 거점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작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큐셀은 지난달 부산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선보였다. 전기차 충전사업을 위해 '한화모티브'라는 새 브랜드도 만들었다. 한화가 짓고 있거나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는 200여곳에 달한다.
◇현대차, 충전 인프라 확대로 전기차 판매 겨냥…롯데, 백화점·마트 활용
각 기업의 기존 사업 밸류체인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도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1위인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은 초고속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앞세워 전기차 충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확대를 통해 자사의 전기차 판매를 유도하고 충전 생태계를 구축하는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정보통신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286940)이 선봉장에 섰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체 '중앙제어'(현 EVSIS)를 인수했고 자사 백화점과 마트 141곳에 충전기를 우선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025년까지 주요 도심지 주차장에 EVSIS 충전기 1만3000여기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450조 시장 '장및빗 미래'…기술 차별화 어려워 '치킨게임' 우려도
무엇보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맞물려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 독일 컨설팅 업체 롤랜드 버거는 이 시장이 2023년 550억달러(약 77조원)에서 2030년 3250억달러(약 450조원)로 49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까지 충전기 보급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42만4186대에 달하지만 충전기는 22만5731대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다만 기업들의 본격적인 수익을 위해선 전기차 보급이 우선 확대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기차가 적어도 200만대가 보급돼야 투자한 만큼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기업별 기술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공급 물량이 쌓이면 '치킨 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가 새 시장이지만 기존 경유·휘발유 주유소처럼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단순한 충전기 사업만으론 수익을 보기 어렵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계열사 역량을 동원해 생태계를 만드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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