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거점' 꿈꾸는 캐나다, 中·日 제쳐두고 한국만 '러브콜'

토론토·몬트리올(캐나다)=김도현 기자 2023. 6. 1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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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1 공급망 재편의 위기와 기회]④ 캐나다가 한국과 배터리 협력을 바라는 이유
[편집자주] '한국 배터리 산업은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정학적 요인이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머니투데이가 해외공급망 취재와 독일 완성차 기업, 영국의 시장 분석가 등 외부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을 보는 시각 등을 전달하고 한국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기회와 위기 요인을 살펴 봅니다.


캐나다가 북미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거점이 되겠다고 도전장을 냈다. 최적의 파트너로 한국을 점찍었다. 중국·일본보다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우수한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지닌 한국이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과 함께 한국기업 유치를 통한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선 선제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캐나다사무소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투자법(Investment Canada Act)' 개정안을 발의했다.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겠단 취지지만, 사실상 중국 자본을 퇴출을 위한 법안이라는 게 현지 기관·언론 등의 공통된 분석이다. 개정안을 통해 갱신을 거듭하고 있는 국가안보 심사를 법적 명문화를 추진하는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연방정부는 법안 발의에 앞서 리튬 등 배터리 핵심 광물 투자를 단행한 3개 중국기업에 투자 철회를 명령했다. 최근 10년간 캐나다 광업 기업에 투자한 중국기업은 89개다. 140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나머지 기업들도 발을 뺄 수밖에 없다. 캐나다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은 배터리 광물 관련 수익을 중국이 아닌 자국과 같은 미국 우방국에 집중시키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중국과 함께 글로벌 밸류체인을 양분하는 한국과 손을 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일본의 경우 완성차업계의 전동화가 한국·미국·유럽보다 늦고 배터리업체도 파나소닉 단 한 곳뿐이다. 파나소닉은 자국 완성차와 미국 테슬라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3개 배터리 회사가 폭넓은 공급망을 자랑하고,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핵심 소재기업도 다수 포진했다.

캐나다가 한국과 손을 잡고 싶어 하는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다. 캐나다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제조업이 유독 약하다. 대부분이 미국·영국·일본 기업 공장이다. 인프라는 탄탄하지만, 자체 기술력은 부족하다. 캐나다의 삼성 격인 항공우주기업 봄바르디에의 사세가 꺾인 뒤부터 위기감을 느낀 연방정부는 국가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는데,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캐나다는 핵심 광물을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 배터리 셀·팩·모듈, 전기차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한다. GM·포드·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가 설립한 온타리오주 자동차 공장이 전동화 모델 생산을 시작하는 시점에 발맞춰 배터리공장을 유치하고, 이곳 공장에 필요한 소재와 소재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광물을 자국 내에서 조달하게 할 방침이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 참가한 캐나다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포스코퓨처엠 등과 함께 메인 열에 대규모 부스를 연 이유다.

북미 최초로 리튬 상업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캐나다 퀘벡주 NAL(North America Lithium) 리튬 광산 /사진=김도현 기자


한국기업의 캐나다 진출은 갓 걸음마를 뗀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합작사(JV)의 배터리셀 공장이 온타리오주에 지어진다. 포스코퓨처엠과 GM의 양극재 JV, SK온·에코프로비엠·포드의 양극재 JV, 솔루스첨단소재의 전지박공장 등은 퀘벡에 터를 잡았다. 대부분이 미국 완성차 기업의 요청으로 이뤄진 진출이다. '캐나다 러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단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캐나다 전동화 비전의 키를 쥔 한국기업 유치를 위해선 선결할 과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걸림돌은 노동·환경규제다. 프랑스어권인 퀘벡주는 미국과 달리 유럽과 같은 강성한 노조 문화가 자리했다. 이웃한 온타리오주도 비슷하다. 캐나다 입장에서 외국인인 국내 기술자가 현지 공장에서 근무하기 위해선 노동단체의 동의를 구해야 할 정도다.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연방·주정부가 요구하는 다양한 환경 관련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연방정부만큼이나 주정부 입김이 세고, 연방정부 내에서도 부처별로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탓에 협상이 쉽지 않다는 점과 한국과 달리 일 처리가 더디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얼티엄캠 몬트리올 사무소에서 파견 근무 중인 김성환 포스코퓨처엠 리더는 "캐나다 내에서도 프랑스어권인 퀘벡이란 낯선 환경에서 착공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기관이 요구하는 서류를 작성·제출하는 데 진땀을 뺐다"면서 "현재는 계획된 양극재 생산 시점에 맞게 프로젝트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북미 역내 생산 의지가 강한 파트너 GM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독자적인 캐나다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노동·환경 규제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도 기업인들은 캐나다가 성장 가능성이 큰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한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과 리튬 공급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아발론(Avalon) 지샨 사이드(Zeeshan Syed) 사장은 "캐나다 정부는 배터리 다운스트림 수요를 키워 업스트림 산업을 부흥시키려 한다"면서 "연방·주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점차 좋은 투자처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세부 지침이 추가로 발표되고, 연방·주정부의 산업 육성 예산이 확대될수록 캐나다가 좋은 투자처로 부상하고 많은 기업이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호 코트라 토론토무역관 관장은 "배터리·소재 외에도 상사·건설 등 캐나다 진출을 타진하는 국내 기업이 점차 는다"면서 "캐나다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계의 입장·견해차로 인해 대부분 사업의 진척 속도가 느린 게 사실이지만 결국 해법을 마련하는 게 캐나다의 특징"이라면서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각계가 협력해 적기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샨 사이드(Zeeshan Syed) 아발론사장(왼쪽), 이광호 코트라 토론토무역관 관장 /사진=김도현 기자


토론토·몬트리올(캐나다)=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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