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는 정치에 발목… 특별법도 ‘누더기’
野반발로 국회 넘어 시행까지 1년
수도권 반도체 학과 증원 등 빠져
하이닉스 용인 공장 가동도 지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먹고 잘살고, 가장 돈을 많이 벌고 망할 가능성도 없는 기업에 대해서 왜 이렇게 득달같이 지원을 못 해서 안달복달입니까?”
지난 2월 국회 기재위 전체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추궁하며 한 말이다. 이날 추 부총리와 정부는 소위 ‘K칩스법’이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야당이 “대기업 특혜”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반도체 투자에 대한 조세 혜택을 주는 법안은 이미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적 있었지만 반쪽짜리였다. 야당의 반대와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획재정부의 소극적 정책 추진에 대기업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이 6%에서 8%로 늘어났을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지원으로, 세제 추가 지원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가 세액공제를 15~25%로 늘리는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야당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글로벌 선진국들이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정부 발목을 잡는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뒤에야 태도를 180도 바꿨다. 이 법은 우여곡절 끝에 3월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
7월부터 첨단 전략 산업(반도체)에 대해서는 인허가 과정·기간 단축과 민간 투자 지원을 골자로 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된다. 정부가 작년 7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한 시점으로부터 약 1년이 걸렸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정치적 계산 때문에 당초 포함됐던 내용 일부는 삭제됐다. ‘수도권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는 결국 K칩스법 최종안에서 빠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핑계로 집중적으로 반발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이기주의를 무기로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메모리 반도체 공장은 2019년 부지를 선정했지만 공장 가동은 2027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인근 지자체들이 전력·용수 인허가권을 무기로 기업들에 까다로운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일본·대만의 주요 반도체 공장들이 3~4년 안에 건설을 마치고 공장을 가동하는 것과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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