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美 때문에 무너졌다가 美 손잡고 재기 노려
80년대 이후 美 견제로 내리막길
이젠 美 중심 공급망 구축에 동참
美와 협업·합병 추진하며 실리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0.
현재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성적표다. 1980년대만 해도 세계 반도체 기업 상위 10곳 중 일본 기업이 6곳이었다. 당시 이 기업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미국의 견제를 받은 일본 반도체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으며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이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현재 일본 반도체 부활의 계기가 된 것은 일본을 몰락시킨 미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해지며 일본의 지정학적 가치가 강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을 끌어올려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반도체 가격을 떨어트리는 치킨 게임으로 미국 기업들을 꺾어 나갔다. 당시 미 언론들이 ‘제2의 진주만 사태’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미국 인텔이 1985년 D램 사업을 포기하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일본 반도체 견제에 나섰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상무부에 일본 덤핑 문제 조사를 명령했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7공주’라고 불리던 일본 반도체 업체 7사가 부당하게 D램을 매매하고 있다며 덤핑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일본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하며 미국산 반도체 수입 비율을 늘렸다. 1985년 달러의 가치를 떨어트리려 엔화의 가치를 높인 ‘플라자 합의’는 일본 반도체 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결국 일본의 점유율은 현재 10%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동안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대만 TSMC가 과거 일본의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은 반도체 부활을 위해 미국과 탄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 대표 기업들이 참여한 라피더스는 미국 IBM과 2027년까지 2나노 공정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인텔과 일본 소프트뱅크 산하의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은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 협업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라는 미국 정부의 야심에 일본은 핵심 파트너로 동참하며 실리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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