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찾지 않고 그냥 쉰 20대 35만7000명, 전 연령층 最多
역대 최고 고용률에도 구직 활동이나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인구가 줄면서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383만3000명)와 실업자 수(24만1000명)가 각각 6만3000명, 6만7000명 줄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 추세와 거꾸로 ‘그냥 쉬었음’ 상태의 20대가 1년 전보다 3만6000명 늘어난 35만7000명에 달했다. ‘그냥 쉬었음’은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 못 한 것이 아니라 아예 일자리를 찾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20대 인구 중 5.8%가 이런 상태에 해당한다.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한 69.9%였다. 6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를 통틀어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연령대는 20대가 유일했다. 수치로도 20대 쉬었음 인구가 30대, 40대는 물론 50대보다도 많았다. 구직도 하지 않고 그냥 쉰 이유에 대해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의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교육·기술·경험이 부족해서’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였다.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산업 현장에서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산업 현장의 일자리와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간의 불일치가 심각하다. ‘그냥 쉬었음’ 청년은 5년 전만 해도 20만명대였는데 2019년 30만명을 넘어선 이후로는 줄곧 30만명대에 달한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청년 세대의 직업관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더욱 근본적으로는 고용 시장의 이중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고용 시장은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사회 안전망으로 겹겹이 보호받는 12%의 대기업·정규직과 낮은 임금에 사회적 보호도 부족한 88%의 중소기업·비정규직 간 이중구조가 심각하다. 20대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1.4~1.6배인데 40대에는 2.2~2.3배, 50대 초반에는 2.5배로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 청년층이 어떤 일자리로 출발하느냐에 따라 평생 소득과 삶의 질도 크게 달라진다. 그 때문에 고용 시장 진입 자체가 늦어지고 구직 단념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어떤 일자리 대책도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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