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창의 민족’다웠다…“최고, 최고, 최고” 브루노 마스도 감탄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2023. 6. 1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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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내한 공연
10만 1000명 관객 운집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보고 싶어요, 마이 베이비. 마이 코리안 베이비(my baby. my korean baby)”

‘콜링 온 마이 러블리즈(Calling All My Lovelies)’를 부르던 브루노 마스는 커다란 전화기를 들고 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이 곡의 ‘특별 퍼포먼스’다. 진짜는 지금부터. 그는 “헤이 베이비, 아임 인 코리아 라잇 나우(hey baby, im in korea right now)”라며 한국어로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라고 소리쳤다.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 500명의 관객은 세계적인 팝스타의 고백에 함성으로 화답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제공]

브루노 마스가 9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7~18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 브루노 마스’를 통해서다.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공연은 일찌감치 화제였다. 지난 4월 27~28일 이틀간 진행된 티켓 예매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첫째 날에는 45분, 둘째 날엔 불과 25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틀간 최고 동시접속자는 116만명에 달했다. 두 번의 공연을 통해 브루노 마스와 함께 한 관객은 무려 10만 1000명이었다. 내한공연으로는 역대 최다 규모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현 케이스포돔)에서 1회 공연으로 1만2000명을 만났던 2014년보다 무려 8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제공]

공연 이틀차였던 18일 오후 잠실은 브루노 마스의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워낙 많은 관객이 몰리는 탓에 현대카드 측은 오후 5시부터 관객 입장을 시작했다. 일찌감치 잠실을 찾은 관객들로 인해, 오후 6시 무렵이 되자 주경기장으로 향하는 길가의 카페와 편의점에 얼음이 동나는 ‘비상사태’까지 벌어졌다. 아시아공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신모씨는 “워낙 더운 날씨라 다들 얼음이 들어간 음료만 찾아 충분히 준비했는데도 오후 5시 30분에 얼음이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마스의 내한에 K-팝 스타들도 줄줄이 공연장을 찾았다. 방탄소년단 뷔와 RM, 블랙핑크 제니, 지드래곤, NCT,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펜타콘, 더보이즈, 엑소 디오(도경수), 갓세븐 뱀뱀이 브루노 마스의 공연을 다녀갔다.

10만 1000명의 관객을 잠실로 불러모은 브루노 마스의 공연은 최정상 팝스타의 위엄을 보여줬다. K-공연 트렌드인 화려한 무대 영상 없이, 오로지 음악만으로 꽉 채운 시간이었다.

오후 8시, 공연은 우렁찬 폭죽 소리와 함께 히트곡 ‘24K 매직(24K Magic)’으로 막을 올렸다. 브루노 마스의 공연은 전석 지정석이었으나, 이날 공연에선 첫 곡부터 모든 관객들이 기립해 앉을 줄을 몰랐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제공]

한국 관객들은 ‘떼창의 민족’답게 노래 한 곡 한 곡을 놓치지 않았다. 2010년 데뷔, 지난 13년간 전 세계 팬들과 함께 한 팝스타의 노래는 마치 한국 가수의 곡을 듣는 것처럼 익숙했다. ‘피니스(Finesse)’, ‘트레저(Treasure)’, ‘런어웨이 베이비(Runaway Baby)’ 등 모든 곡의 가사를 줄줄이 따라 했다.

마스는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헤이 서울, 오늘 밤은 조용히 해선 안 된다. 여러분이 조용하게 있는다면 우리도 조용해질 것”이라고 말했고, 5만여 관객은 마스의 이야기에 화답하듯 떠나갈 듯한 함성과 구호로 잠실벌을 달궜다. 전 세계를 강타한 ‘매리 유(Marry You)’를 부를 땐 5만여 관객이 대동단결, 거대한 노래방을 연출했다. 돌발상황도 있었다. 이 곡이 이어지는 동안 R석 2층 50열~44열까지 난데없이 켜진 불이 공연 내내 꺼지지 않아 해당 구역 관객들은 형광등 불빛 아래 마스의 공연을 봐야만 했다.

블루지한 기타 연주와 함께 선보인 ‘빌리어네어(Billionaire)’, 직접 건반을 치며 들려준 씨 로 그린의 ‘퍽 유(Fuck You)’, 스눕 독 & 위즈 칼리파 ‘영, 와일드 앤 프리(Young, Wild & Free)’ 무대도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건반 앞에서 마스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곡”이라며 ‘토킹 투 더 문(Talking To The Moon)’과 ‘낫싱 온 유(Nothing on You)’를 부르자 관객들은 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호응했다. ‘베르사체 온 더 플로어(Versace on the Floor)’에서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휴대폰 플래시 이벤트로 마스를 향해 5만 500개의 불빛을 밝혔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최정상 스타 마스의 공연은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마스만의 퍼포먼스를 만들고, 여름밤의 무더위는 사이다 같은 가창력으로 날려줬다. 한국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배운 한국어는 이날 공연의 ‘킬포’였다. “재밌어요?”라고 한국어로 묻는 마스를 향해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소리로 화답했고, 관객들의 열광에 마스는 다시 “최고, 최고, 최고”라며 뜨거운 마음을 보냈다. 공연 말미 마스는 “오랜 시간이 걸려 한국에 왔다”며 “곧 다시 오겠다”는 말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공연의 대미는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가 장식했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수차례 등장, 전주만 나와도 모두가 알고 있는 ‘국민 떼창곡’이다. 마스는 이 곡을 부르며 관객들의 떼창에 화음을 넣어주기도 했다. 앙코르는 마스의 또 하나의 메가 히트곡인 ‘업타운 펑크(Uptown Funk)’였다. 이미 100분을 꽉 채웠지만, 공연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 같은 환호가 이어졌다. 관객들은 다시 한 번 떼창으로 목이 터져라 ‘업타운 펑크’를 불렀고, 마스는 현란한 가창력으로 한국 관객들을 완전히 홀려버렸다. 9년 만의 만남은 ‘업타운 펑크’ 무대를 끝낸 이후에도 이어진 3분간의 불꽃놀이로 마침표를 찍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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