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감독이 직접 밝힌 흥행 비결은 [인터뷰]

우다빈 2023. 6. 1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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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감독, JTBC '닥터 차정숙' 종영 인터뷰
연출자가 밝힌 김병철의 존재감
김대진 감독이 연출한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다. 강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텐츠로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김대진 감독의 소신이 통했다. '닥터 차정숙' 속 따스한 메시지와 연출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며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최근 김대진 감독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JTBC '닥터 차정숙'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김대진 감독이 연출한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다. 가족이 전부였던 평범한 주부에서 왕년에 잘나가던 닥터 차정숙으로 각성한 스캔들이 유쾌한 웃음과 현실적인 공감을 선사했다.

'닥터 차정숙' 제작에 앞서 6부의 대본을 받은 김 감독은 장면 하나하나를 놓고 작가와 긴 대화를 나눴다.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김 감독은 "작가님이 엔딩을 분명하게 갖고 있었다. 정숙이 정체성을 찾고 각 인물이 각자의 자리로 간다. 당사자들끼리 싸우지 않고 톤 앤 매너를 만들었다. 배우들에게 시키기도 싫었다. 우리의 톤은 이런 거야. 엔딩을 잘 생각했다고 작가님에게 말씀드렸다"고 언급했다.

다만 마지막 회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던 터다. 불륜을 저지른 서인호에 대한 엔딩이 일부 시청자들에겐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은 서인호의 엔딩에 대해선 "그동안 대중이 이런 장르, 이런 캐릭터에 대해 파멸을 원하도록 학습이 됐다. 하지만 '닥터 차정숙'의 톤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톤이 맞다. 마지막 정숙이 햇살을 받는 얼굴이 편안해 보일 수 있는 이유다. 이는 작가님과 처음부터 맞춰놓은 결말"이라고 말했다.

여러 의견이 쏟아졌지만 김 감독은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중이다. 시청률이나 대중의 반응이 반드시 연출자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엔딩에서 차정숙이 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이 감동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시청자들이 배신이라고 하더라. 시청자들이 예민하고 칼 같다고 느꼈다. 앞으로 만들 때 더욱 생각을 많이 해야겠더라"고 소회를 전했다.

'닥터 차정숙'의 차정숙이 홀로 서기를 선택하는 결말을 맞이했다. JTBC 제공

김 감독은 차정숙이라는 인물을 엄정화가 표현했기 때문에 지금의 톤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엄정화는 이름도 성격도 평범한 정숙을 소화하면서 생동감이 넘치고 또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김 감독이 '닥터 차정숙'을 '평범한 인물의 이야기'로 하고 싶었던 지점을 엄정화가 색채를 가미하면서 지금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밝은 톤만을 강조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감독은 "작가님이 주위 사람들에게 대본을 보여줬을 때 불륜 드라마라고 해서 서운하다고 했다. 우리 작품은 불륜을 정통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장치적으로 조명한다. '부부의 세계'처럼 갈 엄두도 목적도 아니었다. 불쾌한 소재를 강조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가볍게, 웃기게, 불편하지 않게 가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가족 드라마의 계보를 따라가기 위해 '닥터 차정숙'은 너무 무겁지 않게끔 톤을 조절했고 불륜남을 소화한 김병철의 역량이 부각됐다. "김병철이라는 배우가 너무 잘 해줬습니다. 본인이 의도를 알고 있었고 역량도 뛰어났죠. 덕분에 많이 즐거웠습니다. 너무 미화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저희의 목적은 사람을 파멸시키기보다는 실제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 그 사람 역시 삶을 뚫고 나가는 것에 의미를 뒀습니다."

이 작품이 복수하고 또 단죄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서인호와 불륜을 저지르는 최승희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그간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명세빈을 섭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사실 승희 역할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 많은 배우들이 그런 역할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때 명세빈이 거론됐다. 특히 승희가 딸과 함께 하는 감정신이 많기에 배우 역량이 필요했던 캐릭터다. 그리고 명세빈은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배우였다. 파스텔 톤 같은 배우인 명세빈이 한다면 신선할 수 있고 배우로서도 늘 맡았던 역할보다 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분명히 명세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음 단계로 올라섰다. 많은 이들이 승희를 비난하기보단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깊이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감독의 고심을 알기에 명세빈 역시 끊임없이 인물에 대해 연구했다. 엄정화와 김병철, 또 박준금까지 찾아가면서 지금의 승희가 완성됐단다.

김대진 감독이 연출한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다. JTBC 제공

김 감독이 밝힌 '닥터 차정숙'의 주 키워드는 '모성'이다. 이는 작가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기반이 됐다. 주로 여성 환자들이 에피소드를 이루고 극중 다양한 형태의 모녀 관계 등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가 기저에 깔렸다. 아울러 극중 MZ세대의 묘사도 타 드라마들과 사뭇 달랐다. 김 감독은 "불륜 가정 속 아이들이 피해자라고 많이 그려지지만 '차정숙'이 더욱 현실적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고등학생들도 다 안다. 슬퍼하기보단 어머니를 위로한다. 그런 것이 시청자들에게 어필이 됐다"고 밝혔다.

의학 드라마 속 통상적으로 삽입되는 자막에 있어서 의학드라마가 아니기에 인물의 감정에 집중, 자막을 과감하게 빼고 음악 등으로 서사에 힘을 줬다. 댓글로 시청자들이 대사를 분석하면서 의학 용어를 이해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의학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의학물을 빙자한 가족이야기다. 가족이 중심이었다. 집과 다른 부분을 더욱 신경썼다. 작가님도 의학물로 방점을 찍진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길게 의학용어를 한다. 자막을 안 쓴 것은 편하게 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그래픽을 이용하거나 그림으로 설명한다. 캐릭터의 감정 전달이 더욱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크론병 대사에 대한 잡음도 있었다. 극중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에피소드를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를 떠올린 김 감독은 "아차 싶었다. 당연히 현재의 환자들이 있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방송사와 합의 후에 사과문을 냈다"고 말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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