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복직했더니 390km 떨어진 곳으로 발령…“이러면 누가 애 낳나”
[앵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현실은 어떨까요?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을 집에서 300km 넘게 떨어진 곳으로 발령을 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인 해당 직원은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데, 그 사연을 방준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부산에서 대기업 계열사에 다녔던 두 아이의 아빠 남경호 씨.
지난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연고도 없는 서울로 발령이 났기 때문입니다.
[남경호/육아휴직 사용자 : "삼천포로 다시 복직하겠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서울로 나니까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회사에서 저렇게 하는 건 나한테 그만 두라는 말인가?"]
한국어가 서툰 부인과 아이들만 두고 떠날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박서아/남경호 씨 부인 : "아이가 2명 있어서 제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지 너무 걱정했고, 부산에 다시 오고 할 수 있는지도 걱정했고..."]
남 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노동청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진정을 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혐의 없음'이었습니다.
해당 회사의 최근 3년 육아휴직 복직자 213명 가운데 원래의 근무지로 복직한 경우는 123명이고 다른 지점으로 복직한 경우가 29명이나 있으니 남 씨에게만 불리한 발령을 낸 건 아니란 겁니다.
취재 결과 같은 시기, 육아휴직 후 복직하지 않고 퇴사한 경우는 30명에 달했습니다.
[남경호/육아휴직 사용자 : "이게 현실이라면 과연 누가 출산할 것이고 누가 아기를 낳을 것인가..."]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 직후 복귀하면 같은 업무 또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직무로 복직을 시키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령 지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유한나/변호사 :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는 영역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보니까, 노사 양측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당시 경영 악화로 영남권 점포 수가 줄어 경제적 지원이 가능한 지점으로 발령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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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원 기자 (pcb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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