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가 입은 분홍바지 알죠?...“쫄쫄이는 민망” 대박의 영감됐어요

90년생 창업가 이정은 무브웜 대표(33·사진)가 만든 ‘헐렁한’ 요가복 얘기다. 기성 요가복은 스스로가 불편했다. 그는 10년 차 요기니(요가하는 여성)다. 1시간의 요가를 위해 입어 누리는 유용함보다 나머지 시간의 불편함이 컸다. 운동할 때도, 출근할 때도, 카페 갈 때도 입을 옷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요가를 할 때 입는 옷이 유니폼 같다는 게 싫었다. 2017년 요가복 브랜드를 창업했다.
바지통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점 퍼지는 나팔형 바지인 플레어 요가 팬츠를 출시했다. 품이 넉넉한 스웨트팬츠로 인기를 끌었다. 폴리에스터와 나일론을 섞은 소재의 원단이 대세던 시기에 면 90%에 스판 10%인 소재를 썼다. 해외에서 발품 팔아 공수해 온 것이다. 기존 소재의 광택감은 없지만, 속옷처럼 피부에 닿는 감촉이 뛰어났다. 무브웜은 지난해 이효리가 입은 ‘핑크 바지’로 유명세를 치렀다. 창업한 이래 연 매출이 2배씩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선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생 때부터 화장품·패션·인테리어 회사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인턴 활동을 하며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를 찾았다. 그러다 2015년 남성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회사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덜컥 요가복 출시를 담당했다. 그가 알아주는 요기니라는 사실을 들은 회사 대표가 업무를 맡겼다. 회사는 도중에 사업을 접었지만, 이 대표는 계속 요가복을 만들고 싶어 회사를 차리게 됐다.
퇴직금 500만 원이 창업의 자본금이 됐다. 집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니, 큰돈 들어갈 데는 없다고 생각했다. 시각 디자인과 의류 디자인은 분명 달랐지만, 개념은 같다고 생각했다. 제작자에게 시안을 갖다주고 설명하면, 물건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어머니가 쓰던 재봉틀을 다시 돌렸고, 친구를 무보수 모델로 기용했다. 판매 웹사이트를 만들 땐 시각 디자인 전공자의 역량을 발휘했다. 카드사 연결, 고객 응대 같은 건 직접 했다.
세계 요가 인구는 약 3억 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요가 인구는 300만 명 정도다. 이 대표는 요가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낙관한다. 이 대표는 “사람들의 취미 생활이 갈수록 많아지고 깊어진다”며 “그 문화 안에서 자신도 함께 한다면 언제든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이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는 MZ 여성을 보면 응원하는 편이다. 그는 “무브웜을 창업하고 나서 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됐다”며 “내가 무슨 일을 할 건지 매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 아이템의 범위를 좁히고 날카롭게 만들 것을 주문한다. 그는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좁은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게 유리할 때가 있다”며 “그게 취향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창업 성공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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