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 '자유로운 해고'

곽주현 2023. 6. 1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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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노동개혁특위 "근기법 확대 적용 검토"
당사자 가장 큰 문제는 '해고와 임금'
경영계 반대 극심...쉬운 문제부터 다룰 듯
게티이미지뱅크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생존권과 직결된 해고와 임금 문제에 가장 고통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중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해고와 임금 문제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충돌할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갑질119는 2020년 1월부터 최근까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제보 중 신원확인이 된 216건을 분석한 결과, 해고와 임금 문제가 147건(68%, 중복 집계)으로 가장 많았다고 18일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이 100건(46.2%)으로 뒤를 이었고, 명백한 현행법 위반도 44건(20.3%)이었다.

해고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사용자는 노동자를 함부로 해고할 수 없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아무 때나 해고될 수 있고,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받을 수도 없으며, 부당해고에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며 "해고 관련 상담 중 대부분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접수된 제보 중에는 일요일에 업무 지시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월요일 오전에 폭언과 함께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해고가 난무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현실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민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21.1%는 '지난해 1월 이후 본인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응답률(7.2%)보다 3배나 높다.

야근수당으로 대표되는 임금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시 '넘어야 할 산'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26.4%만 '연장근로수당을 받았다'고 답한 반면, 5인 이상 사업장은 40% 이상이 수당을 받고 있었다.

임이자(가운데)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동개혁특별위원회 6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 등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중대재해 발생률이 유난히 높은 곳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분기별 산업재해 발생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사고재해자의 32.2%, 사고사망자의 39.1%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됐다. 직장갑질119는 "가장 많이 다치고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안전에 대한 요구를 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예외가 많다 보니 꼭 지켜야 하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근로계약서 서면 교부나 임금명세서 교부, 4대 보험 가입, 육아휴직 등은 사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지켜야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이조차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갑질119 설문조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중 37.9%는 근로계약서를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사회보험에 가입했다는 응답은 50%대에 그쳤다.

그러나 경영계가 반대하고 있는 만큼 해고나 임금과 같은 예민한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논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직장 내 괴롭힘 등 비교적 이견이 없는 규정을 우선 적용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이미 경영상 부담을 이유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반대하고 있다.

신하나 변호사는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근거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데,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권리금과 임차료이며 문제를 풀어나갈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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