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의사' 주석중 교수 비보에 추모 물결..."새벽에 나타나 환자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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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중(62)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밤샘 응급수술 뒤에도 환자를 돌보기 위해 출근길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8년 전인 2005년 주 교수가 집도한 자신의 부친 수술을 언급한 A씨는 "아버지가 대동맥류 심장질환으로 쓰러지셨는데 당시 유일하게 수술이 가능한 곳이었다"며 "새벽시간 아무 때나 출몰하시면서 환자들을 돌보셨다. 크리스마스에도, 연말연시에도, 명절 새벽에도 환자에게 열정적이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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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병원 소식지에 "힘들지만 환자 회복 보람"
"저승사자와 싸운 의사" "대체불가 의사"
많은 이를 허망한 죽음에서 살려주셨는데 정작 본인은 허망하게 가시다니…
주석중 교수에게 수술받은 한 누리꾼
주석중(62)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밤샘 응급수술 뒤에도 환자를 돌보기 위해 출근길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 교수는 16일 오후 1시 20분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패밀리타운 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그는 14일부터 연이틀 밤샘 수술을 했고 사고 당일 새벽에 응급수술을 마친 뒤 잠시 귀가했다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던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교수는 평소 환자 진료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명의로 유명했다.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는 응급수술에 대비하기 위해 병원에서 10분 거리에서 살았다. 2020년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꾸려 고난도 수술인 대동맥 박리 수술 성공률을 98%까지 끌어올렸다. 대동맥 박리는 찢어진 대동맥이 파열돼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 초응급 수술이 요구된다. 연락이 오면 바로 달려가기 위해 병원 근처에서 거주했던 이유다. 의료계에서는 그의 헌신은 물론이고 뛰어난 수술 능력 때문에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평가한다.
주 교수는 2015년 아산병원 소식지에 "힘들지만 환자가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되다"며 사람 살리는 일이 자신의 천직이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 그는 "흉부외과 의사는 공휴일 구분 없이 항시 응급수술을 위해 대비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어 스트레스가 크고 육체적으로도 버겁다"면서도 "하지만 수술 후 환자가 극적으로 회복될 때 가장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수술할 때까지 힘들었던 일을 모두 잊는다"고 했다.
수술받은 환자들 "감사한 교수님 명복을 빕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비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에게 수술받았던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추모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18년 전인 2005년 주 교수가 집도한 자신의 부친 수술을 언급한 A씨는 "아버지가 대동맥류 심장질환으로 쓰러지셨는데 당시 유일하게 수술이 가능한 곳이었다"며 "새벽시간 아무 때나 출몰하시면서 환자들을 돌보셨다. 크리스마스에도, 연말연시에도, 명절 새벽에도 환자에게 열정적이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주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B씨는 SNS에 "나를 살려주신 주치의 선생님이셨는데, 8일에 뵌 게 마지막일 줄 몰랐다"며 "불안해하는 내게 '수술 잘해줄 테니 걱정 말라'며 안심시켜 주신 분이셨다. 덕분에 저는 살아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C씨는 "우리 아버지를 수술해 주신 분이다. 많은 이를 죽음에서 살려주셨는데 본인은 허망하게 가셨다"며 "고인의 죽음 앞에서 감사함을 떠올린다. 유가족들이 잘 이겨내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 외에도 많은 이들이 "밤낮없이 중환자 수술만 하다가 가셨다" "성품이 좋으셔서 별명이 '주님'이었다" "저승사자와 멱살 잡고 싸우시던 분" 등 고인과의 추억을 SNS에 남겼다.
주 교수는 198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세브란스병원에서 흉부외과 전공의를 수료했고, 1998년 아산병원 흉부외과 전임의로 근무를 시작했다. 아산병원 대동맥질환센터 소장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산하 대동맥연구회장을 지냈다. 빈소는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20일이다.
한편 송파경찰서는 이날 덤프트럭 운전자인 60대 후반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고 당시 A씨는 교통신호를 위반하지 않았고, 횡단보도 신호도 빨간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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