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 무슨 일이···1년여 만에 3차례 인사 파동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인사 파동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인사를 둘러싼 알력 다툼, 기강 해이 등 내부 문제가 봇물 터지듯 드러나는 가운데 대통령실까지 직접 나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높아진 ‘내홍의 파고’가 외부로 낱낱이 공개되자 야권에서는 “국정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며 ‘조직 붕괴’ 우려를 제기했다.
언론 보도 통해 공개된 윤석열 정부 국정원의 인사 파동은 지금까지 3차례다. 1차 인사파동은 윤 정부 출범 4개월 만인 지난해 9월 1급 간부 27명이 퇴직한 것이다. 이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의 인적 청산과 연계된 퇴직으로 알려졌다. 이어 10월에는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하면서 내부 갈등설이 제기됐다. 2차 파동은 12월 2, 3급 간부 130여명이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한직으로 발령을 받은 것을 가리킨다.
최근 불거진 3차 파동은 1차 파동에 따른 1급 보직 인사 건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고위직인 1급 인사 7명을 재가했지만 나흘 만에 이를 철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여파는 해외 정보파트까지 번졌고 미국, 일본 같은 주요 국가의 거점장들까지 소환 통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정치권과 정보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인사 파동의 핵심 인물은 김규현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A씨다. A씨는 현 정부 들어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하면서 요직을 맡았다. 인사 파동에 깊이 관여했으며 이번 1급 승진 명단에도 포함됐다. A씨는 1차 파동 때 조상준 실장과도 인사를 두고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자신뿐 아니라 주변 인물을 주요 직에 발탁하고 승진시키려 하면서 배제된 인사들과 다툼이 발생했다는 게 인사 알력설의 내용이다.
김 원장의 측근이 인사 파동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면서 국정원장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A씨는 면직됐으며, 대기발령됐던 2, 3급 간부들이 김 원장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국정원 인사파동과 관련해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조사 결과를 보고 김 원장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인사 파동의 배경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전 정부 인사 청산을 주도한 세력 내부의 균열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야권 관계자는 “A씨가 중심인 현재 국정원 주류 세력은 국내정보 수집이 가능했던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아가려 한다”면서 “이들이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것이 김 원장이고 인사 파동도 함께 일으켰다”고 했다. 그런데 인사 파동을 통해 인사 독식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불이익을 본 측에서 반발하면서 내부 균열이 일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검찰 출신 인사들과 국정원 출신들 간의 세력 싸움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정원 출신인 A씨 등이 검찰 출신 국정원 인사들을 정리하려고 하자 검찰 라인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발생했고 외부까지 알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인사 파동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국정원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인사 파동 관련한) 보도 등이 사실이라면 이는 조직의 붕괴”라면서 “국정원 인사 파동은 세계 최고 정보기관 중 하나인 국정원이 흔들리고 있다는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작금의 보도대로 이런 국정원이라면 김정은이 웃는다”면서 “윤 대통령께서는 해외 순방 출발 전에 단안을 내리셔야 한다”고 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8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은 소리 없기는커녕 인사 파동 알력 다툼을 생중계하며 연일 가장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국가기관이 됐다”면서 “국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 파동,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정원이 파벌 싸움 벌이는 조폭이 아니지 않나” “1년 내내 알력 다툼하고 파벌 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국정원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질타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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