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성교죄→비동의성교죄' 형법 개정... "성범죄 처벌 강화 큰 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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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강간죄의 명칭을 '비동의성교죄'로 바꾸고 성범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지난 1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18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이번 형법 개정의 골자는 한국에서 '강간'과 '준강간'에 해당하는 '강제성교죄'와 '준강제성교죄'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비동의성교죄'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성범죄에 미온적인 일본에서 이렇게 큰 폭의 법률 개정이 이뤄진 것은 2019년 네 건의 성폭행 무죄 판결이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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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늘리고 동의 연령도 상향해
그루밍 성범죄·불법 촬영 등도 처벌
일본에서 강간죄의 명칭을 ‘비동의성교죄’로 바꾸고 성범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지난 1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개정 형법은 공포를 거쳐 다음 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성폭행 유죄 판결 조건으로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 피해자의 강한 저항을 요구하던 현행법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BBC방송도 “강간에 대한 정의가 다른 나라와 동등해졌다”고 분석했다.
18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이번 형법 개정의 골자는 한국에서 ‘강간’과 ‘준강간’에 해당하는 ‘강제성교죄’와 ‘준강제성교죄’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비동의성교죄’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이를 통해 “동의 없는 성행위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사회에 명확히 알리되, 적용되는 8개 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함으로써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되지는 않도록 했다. 폭행이나 협박뿐 아니라 술이나 약물 섭취, 수면 등으로 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오랜 학대를 당했거나 사회·경제적 지위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경우 등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된 경우에 적용된다.
공소시효 5년씩 연장, '동의' 판단 나이도 상향
피해를 당한 후 바로 고소하기 어려운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공소시효도 기존보다 5년 더 연장하고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성행위에 대한 동의를 판단할 수 있는 나이도 현행 ‘13세 이상’에서 ‘16세 이상’으로 높여, 동의가 있더라도 16세 미만과 성행위를 하면 처벌한다.
성범죄로 새롭게 신설된 항목도 있다. ‘그루밍 성범죄’로 불리는 ‘성적 목적으로 아동을 길들이고 조종하는 죄’가 신설돼,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목적으로 접근해 유혹하거나 ‘돈을 줄 테니 만나자’고 요구하고 음란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하는 행위 등을 처벌한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조례로만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았던 ‘도촬(불법촬영)’도 형법에 ‘촬영죄’를 신설해 처벌한다.
"동의 없는 성행위 안 돼" 법으로 널리 알리는 효과
성범죄에 미온적인 일본에서 이렇게 큰 폭의 법률 개정이 이뤄진 것은 2019년 네 건의 성폭행 무죄 판결이 계기가 됐다. 당시 나고야지방재판소는 “피해자가 현저하게 저항할 수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며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상식 밖의 무죄 선고가 잇따르자 성폭력 피해자와 지원 단체가 ‘플라워 데모’를 조직해 법 개정 요구 시위를 벌였고, 이후 법제심의위원회가 3년여간 심의한 끝에 올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형사법원 판사 출신인 미즈노 도모유키 호세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개정에 대해 “‘동의 없이 성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규범이 법으로 명시돼,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남은 과제는 일본 사회의 성범죄 의식 개혁이다. BBC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성관계와 동의에 대한 ‘왜곡된 관념’이 지속돼 왔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면 온라인에서 공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일본 정부 조사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남녀의 약 6%만 신고했으며, 응답자의 절반은 ‘부끄러움’ 때문에 신고하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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