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는 법치가 아닌 '법폭'…진짜 폭력배는 윤석열 정부"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원희룡 장관님께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동생과 우리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생각, 지금도 없으십니까?"
호소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17일 저녁, 지난 5월 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다 분신 사망한 고(故)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본부 3지대장의 큰형 양회선 씨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나왔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따져 물었다.
당시 원 장관은 양 지대장의 죽음을 두고 "아직도 의구심이 든다"며 이른바 '건설노조 기획 분신설'을 제기한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공감을 표한 바 있다. 이날 양회선 씨는 원 장관의 해당 발언에 대해 "(정부가) 안타깝고 가슴 아픈 동생의 죽음마저도 왜곡하고 있다"라며 "사과와 반성은커녕 동생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양 지대장 사망 47일째를 맞은 이날 서울 종로구 파이낸스센터 앞 세종대로에선 전국 302개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건설노조 탄압중단하라! 양회동열사 범시민추모제'를 개최했다.
이들은 "윤석열은 퇴진하라", "원희룡은 물러나라", "양회동을 살려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고인 및 유가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 △건설노동자 노동3권 보장 △여당 내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 해제 △원희룡 국토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사퇴 등을 정부 및 여당에 촉구했다.
이날 현장엔 건설노동자뿐만 아니라 각계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청년·종교·법률 단체 등 각계 활동가들은 무대에 올라 고인에 대한 추모와 정부의 노조탄압 기조에 대한 규탄 발언을 이어나갔다.
김건수 청년노동운동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노동조합을 '청년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호명하는 것을 두고 "양회동 열사를 죽이는 데에 우리 청년들이 핑계거리 하나 보탠 것 같아 참으로 분하고 가슴이 아프다"라며 "정부는 노조를 탄압하면서 '청년 위한다'는 그 말을 그만 빼 달라. 우리는 양회동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노동집회를 탄압하는 지금 이 시대는 200년 전 영국의 '단결금지법'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라 지적하며 "정부가 말하는 법치란 법을 폭정의 수단으로 삼겠단 선언에 불과하다. 그래서 저는 저들을 '법폭'이라 부르겠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노동자가 정당한 노조활동을 통해 건설현장에 만연했던 불법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었다. 그런데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해 싸우는 동지들을 '건폭'이라 낙인찍는 윤 정부가 저는 진짜 폭력배라고 생각한다"라며 "(양 지대장의 죽음은) 자신을 분신할 만큼 억울한 국가폭력이었다. 그의 아픔을 아들 용균이를 기억하듯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양 지대장은 분신 당시 "끈질기게 투쟁하며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데 혼자만 편한 선택을 한지 모르겠다"라며 "노동자가 주인인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동료들에게 당부를 남겼다. 고인의 동료이자 '살아남은 이들'인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이날 "고인의 유지를 이어 '노동자가 주인인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결의를 다졌다.
평소 고인과 함께 활동했던 서동진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2지대 부지대장은 "회동이 형의 비보를 접하고 나서 울면서 다짐했던 말이 있다. 울지말자, 울지 말고 재밌게 싸우자는 말이다"라며 "우리가 꼭 승리해서 담배 한 개비, 소주 한 잔 회동이 형 안식처에다 올릴 수 있게 모두가 크게 목소리를 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양 지대장의 빈소에서 상주를 맡고 있는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열사가 얘기했던, 열사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건설노동조합 전체 조합원은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겠다"라며 "양회동 열사의 장례를 잘 마무리 하고 건설노조는 즉시 2차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지대장의 장례식은 이날 17일부터 오는 21일까지 건설노조 등의 주최 항에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현장을 찾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또한 "(장례 이후엔) 민주노총 7월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라며 "양회동 열사와 함께 7월 총파업 투쟁의 깃발을 더 높게 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 모인 이들은 오후 6시 40분경 세종대로 집회를 마무리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의 양 지대장 빈소까지 걸어서 행진했다. 빈소에서 이어진 마무리 추모행사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여해 정부 '노조탄압' 기조에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16~17일 열린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와 관련해 서울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을 지난 9일 압수수색하는 등 양 지대장 사망 이후로도 '대 건설노조' 강경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노조 간부 및 조합원 19명이 현재 구속됐고, 이외 10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소환조사 및 영장실질심사 등을 앞두고 있다.
건설노조 수사 참여자들에 대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특진' 언급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노동계에선 "정부·경찰의 조직적인 노동탄압 기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민갱(활동명)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는 "수사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지금도 정신적 고통 호소하고 있는데 이게 특진의 이유가 된다는 게 말이 되나" 물으며 "이는 '강압수사 중단'을 외치며 돌아가신 양회동 열사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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