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백악기 후기 지배한 ‘하드로사우루스’…새 화석 발견에 지위 ‘흔들’
백악기 후기 지구 전역으로 퍼져 나가
공룡 멸종에도 영향 미친 수준
칠레서 조상 공룡 화석 발견되며 학설 뒤엎어
하드로사우루스 번성, 사실 아닐수도
초식공룡 하드로사우르스는 백악기 후기 지구 곳곳에 살며 공룡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국제 연구진이 당대 지구의 지배자이던 하드로사우루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공룡의 흔적을 발견했다.
조나단 알라르콘 무뇨스 칠레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16일(현지 시각) “남극과 가까운 아남극 지역에서 백악기 후기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리주둥이를 가진 조각류 공룡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덩치가 크다는 뜻의 ‘하드로스’와 도마뱀이라는 뜻의 ‘사우르스’가 합쳐진 하드로사우루스는 백악기 후기에 북아메리카에서 등장한 조각류 공룡이다. 조각류는 주둥이가 마치 새처럼 부리 모양을 가진 초식 공룡을 말한다. 하드로사우루스는 오리를 닮은 특유의 주둥이의 강력한 턱힘으로 당시 생태계에 적응했다. 남극권을 비롯한 지구 전 지역에 진출한 것은 물론 대다수의 다른 종의 초식공룡을 대체해 이 시기 생태 다양성을 크게 감소시킬 정도였다.
고생물학계는 이런 이유로 하드로사우루스를 공룡 멸종의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은 “하드로사우루스가 전 지구적으로 번성하면서 백악기 말 초식공룡의 종 다양성을 떨어뜨렸다는 것이 기존 학계의 관점”이라며 “급격한 환경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물종(種)의 다양성이 커야 하는데, 하드로사우루스가 번성한 탓에 종 다양성이 낮아졌고 백악기 후기 환경 변화에서 살아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드로사우루스의 화석은 북아메리카뿐 아니라 지구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남아메리카 남단의 아남극 지역에서도 하드로사우루스 화석이 발굴됐다.
연구진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친 공룡 발굴지 세 곳에서 45개의 새 공룡 화석을 발견했다. 이 곳은 과거 남반구의 초대륙이던 곤드와나에 속하는 아남극 지역이다.
연구진이 발견한 공룡 화석은 하드로사우루스처럼 오리를 닮은 주둥이를 지녔지만, 시기적으로는 하드로사우루스가 등장하기 전에 살던 종으로 분석됐다. 주둥이의 모양은 하드로사우루스와 비슷하지만, 골반과 견갑골의 모양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공룡이 하드로사우루스과 공룡이 등장하면서 북아메리카에서 사라진 조상 종이라고 분석했다.
무뇨스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공룡을 ‘과도기의 오리주둥이 공룡’이라고 표현하며 “하드로사우루스보다 앞서 아남극에 진출한 공룡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새 공룡이 발견되면서 하드로사우루스가 백악기 후기를 지배했다는 기존의 학설도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다. 아남극 지역까지 진출할 정도로 번성한 것으로 여겨지던 하드로사우루스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오리주둥이를 가진 공룡들이 이 지역에 진출해 살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다른 종의 공룡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하드로사우루스만이 전 지구적으로 번성했다고 추정돼 왔던 셈이다.
아남극 지역에서 발견된 기존 하드로사우루스 화석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드로사우루스에 대한 기존 학설에 따라 오리주둥이만을 보고 분류한 화석이 사실은 다른 공룡의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무뇨스 교수는 “이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너무도 쉽게 하드로사우루스로 분류돼 왔다”며 “앞으로 새로운 지역에서 공룡 화석을 찾아 공룡 대멸종이 있기 전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기존의 학설과 달리 아남극 지역까지 하드로사우루스가 진출하지 못했고, 이 지역에는 다른 오리주둥이를 가진 공룡들이 번성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발견은 대멸종이 일어나기 전 공룡들의 집단에 질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영국, 독일, 스페인 6개국 과학자들이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이날 공개됐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g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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