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 주워담기에…“도대체 문제 어떻게 내겠다는 거냐”
‘물수능’ 논란으로 번지자
대통령실, 서둘러 진화 나서
학부모 “어느 장단에 맞추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개월 앞두고 대통령으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능 출제 방향에 관한 발언을 내놓자 수험생과 학부모, 입시 관계자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들썩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금세 ‘물수능’ 논란으로 번졌고, 대통령실은 16일 이를 진화하는 추가 설명을 내놨지만 교육현장은 도리어 “도대체 문제를 어떻게 내겠다는 거냐”며 혼란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전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대입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학입시 커뮤니티 ‘수만휘’에는 이와 관련해 “킬러 문항 축소 및 난도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 국어, 수학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최상위권 변별력은 약화되며 중하위권은 등급 따기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 “교과서에 없는 비문학 지문은 쉽게 출제할 것 같다”는 게시글과 댓글이 줄을 이었다. 정시 전형을 준비 중인 고교 3학년과 재수를 하고 있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갑자기 수능 출제 방침이 급변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며 뉴스를 검색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이튿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요한 건 수능의 난이도가 아닌 듯싶다. 입시 위주 교육시스템 자체의 개편이 필요하다” “대치동서 수능 직전에 (대통령이) 시험문제 좌지우지하고 나댄다고 욕이 쏟아지고 있다”는 등의 의견들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물수능’ 논란으로 확대되자, 대통령실은 브리핑 4시간 뒤 윤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고, 이튿날 한 번 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수능 발언 주워담기’로 수험생이나 학부모 등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한 고3 학부모는 “요 몇년 사이 킬러 문항 논란 등으로 앞으로는 수능을 비교적 쉽게 내겠다는 방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느닷없이 저런 발언을 하니 어리둥절했다”며 “그런데 하루 만에 ‘변별력은 있도록 하겠다’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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