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말 한마디에…수능 ‘대혼란’
대통령실·교육부 “난이도 언급 아닌 공정성 말한 것” 부랴부랴 진화
5개월 앞두고 학생·부모 등 현장 ‘멘붕’…올해 출제 방향도 오리무중
대통령실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쉬운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통령이 난이도를 언급한 게 아니라 공정한 수능이라는 기조를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전날 수능 출제 방향 발언이 쉬운 수능을 시사하는 것처럼 해석되면서 논란이 발생하자 대통령실과 정부가 하루 만에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전격 경질됐고, 교육부와 총리실은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이 수능 5개월을 앞두고 출제 방향과 관련해 즉흥적인 지시를 내리면서 교육 현장에서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전날 이 부총리에게 보고받으며 언급한 발언을 추가로 전했다. 윤 대통령은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라는 표현은 전날 대통령실 브리핑에 없던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또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분야이지만 학교 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선택의 자유로서 정부가 막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 역시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난이도를 언급한 게 아니라 공정한 수능이라는 기조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총리실과 함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윤 대통령 지시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육이 아닌 범위에서의 수능 출제를 배제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부 대학입시 담당 국장이 이날 전격 경질됐다. 교육부는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후임으로 심민철 디지털교육기획관을 임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이 부총리로부터 교육개혁 및 현안 추진 사항을 보고받고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이 부총리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 ‘수능 발언’ 논란
수능 관련 내용은 보고 의제가 아니었지만 윤 대통령이 따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총리 브리핑은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쉬운 수능’ 출제로 해석됐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능 출제 방향은 오리무중이다. 교육부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장 차관은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더라도 난이도 조절, 변별이 가능하다”며 “학교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서 문항들이 나오더라도 그 안에서 쉬운 문항, 어려운 문항을 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오는 19일 사교육 경감 추진을 위한 당정협의회도 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 발언 취지에 대해 “핵심적인 방향은 공교육 체계 내에서 준비되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수능 난이도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설희·남지원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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