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부 때문에 빚 늘어” 쓴소리에도… 전문가들 “부동산 정책 기조 유지할 것”

백윤미 기자 2023. 6. 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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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 폭 1년7개월 만에 최대... 주담대 제일 커
”주택도시기금 등 가계대출과 별개 지원책 마련해야”

한국은행이 정부의 집값 방어에 가계대출이 늘었다는 ‘작심 발언’을 하면서 앞으로의 부동산 정책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침체한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힘을 쏟고 있던 정부로서는 한은의 가계대출 증가 우려로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가로 규제를 풀지는 않지만, 현상유지는 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4조원 넘게 늘면서 19개월 만에 최대 폭 증가를 기록했다. 주택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전세의 월세 전환도 느려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었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현수막이 게시돼 있는 모습. /뉴스1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5월 25일 개최)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자칫하면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 가계부채 감축(디레버리징)을 제한하면서 긴축 통화정책을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제기한 금통위원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주택시장 연착륙 목적의 정책 시행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정책 간에 상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책당국과 협의 시 가계 디레버리징과 관련된 입장을 잘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에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07조9000억원)이 4조3000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 2021년 10월(4조7000억원) 이후 증가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4%대로 내려앉아 지난해 말보다 약 1%포인트 하락하고, 일부 시중은행은 3%대 금리 상품까지 내놓으면서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또 한은 금통위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운영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금통위 위원은 “(가계대출이 늘어난) 이런 현상에는 시장금리가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실행의 영향도 크다”고 했다. 그는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초기에는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는 대환대출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해당 정책이 신규대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주택시장의 연착륙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의 한도가 신규로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정책당국과 잘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 관련 부서도 “특례보금자리론 한도 약 40조원의 80% 정도가 소진된 상황”이라면서 “특례보금자리론 실행은 주택시장의 연착륙에 초점을 둔 정책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금융불균형을 우려하는 중장기적 시계에서의 정책 목표와 일부 상충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는 와중에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반등 거래가 일부 나오고 있지만, 역전세와 경기침체 등 불안 요소가 아직 많다”면서 “정부가 이를 완화하고, 동시에 중저가 주택의 내 집 마련이라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여러 우려에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다”고 했다.

다만 가계대출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정부가 현재 수준 이상의 규제 완화를 추가로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들이 집값을 안정화하는 방향에 맞게 움직이고는 있지만 이 상황에서 또 다시 완화책을 내놓는 게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현재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추후에도 정부는 필요한 때 최소한의 지원책 정도로만 움직일 것 같다”고 했다.

우 팀장도 “결국 정책은 어느 쪽의 피해가 더 적을지를 맞서 가는 것인데,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도 정부의 현재 기조는 나름의 합리성은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가계대출은 증가하는데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도 함께 꾀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실수요자 이주로 주택 금융이 활성화될 필요는 있다”면서 “선진국처럼 주택도시기금을 늘리는 등 가계대출과는 별개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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