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동관 “87년 민주화투쟁 과정서 ‘법 좀 무시하면 어떠냐’ 의식 심어져”

강은·탁지영·전지현 기자 입력 2023. 6. 16. 16:20 수정 2023. 6. 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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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칼 찬 순사’로 인식”
공저자 출간 저서에서 밝혀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 당시 브리핑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홍구 교수 “법의식이 왜곡 됐다는 발상 자체가 왜곡된 것”
“당시 법 자체가 권력 도구, 투박한 저항 나올 수밖에 없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2019년 공저자로 출간한 저서에서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심어진 ‘법 좀 무시하면 어떠냐’는 왜곡된 법의식이 사회 기저에 깔려 있다”고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도서출판 기파랑에서 출간한 대담 형식의 책 <평등의 역습 : 좌파의 역주행, 뒤로 가는 대한민국>에는 이 특보가 당시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였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 보수 성향 인사 4명과 나눈 대담이 담겨 있다.

‘좌담-추락하는 대한민국, 미래를 묻다’라는 소제목이 붙은 책 서두 부분에서 그는 “기자 시절이던 1987년 민주화 항쟁 직후 술 취한 사람들이 파출소에 와서 방뇨하고 기물을 부수며 ‘너희는 독재권력의 주구인데 술 좀 먹고 방뇨한 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행패를 부리는데, 경찰관들이 속수무책 당하던 상황이 생생하다”고 적었다. 이에 대담자인 이재교 세종대 법학과 교수가 “(경찰을 대하는 시각이) 칼 찬 순사인데요?”라고 맞장구치자, 이 특보는 “칼 찬 순사를 보는 의식구조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일제 잔재인 칼 찬 순사 이 녀석, 내가 민주시민인데’ 이런 생각이다”라고 했다.

이 특보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법의식이 왜곡됐다는 발상 자체가 왜곡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당시에는 법 자체가 권력의 도구가 됐기 때문에 투박한 방식의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면서 “경찰에 맞아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 방뇨 사례 하나를 가져와 그런 말을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인권을 침해하고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아 갔던 국가의 과거에 대한 성찰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그의 저서에는 집회와 시위 등 시민들의 단체행동을 일탈적이거나 병리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나남에서 출간한 이 특보의 자서전 <도전의 날들>에서는 청와대 대변인 재직할 때인 2008년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관해 서술하며 일본의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 사건에 빗대기도 했다.

이동관 “촛불사태, IMF 이후 울분 표출”
“사회 내부 울분 극단적 폭력 양상 띠어”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 사건 대표적”

이 특보는 책에서 “(2008년) 촛불사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 누적된 좌절과 울분이 표출된 측면도 있다”며 “사회 내부의 축적된 울분이 극단적으로 폭력적 양상을 띠게 되는 경우에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적었다. 곧이어 “내가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목격했던 옴진리교 신자들의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이 대표적인 예”라고 썼다. 이 특보가 언급한 사건은 1995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옴진리교 관계자들이 세뇌된 광신도들을 동원해 지하철에서 독가스인 사린을 살포해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테러 사건이었다.

차기 방통위원장 지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특보의 과거 발언과 글도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2019년 6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선 “보수 우파의 제대로 된 분들은 지상파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도전의 날들> 다른 부분에서는 ‘중도강화론’을 설명하며 “뉴라이트 운동이 당시 좌편향되었던 한국 사회를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합리적 자유주의 가치를 사회 저변에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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