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화려함·프로방스의 낭만 … 프랑스인들이 사랑한 '행복의 화가'
더현대 '전기의 요정' 등 대작 공수
예술의전당은 패션·디자인 눈길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현대 미술 작가 라울 뒤피(1877~1953)의 블록버스터급 회고전이 서울 더현대와 예술의전당 두 곳에서 나란히 펼쳐지고 있다. 두 단체는 뒤피의 사후 70주년을 맞아 전시 기획을 했고, 준비 단계에서 타 전시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뒤피는 1877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항구 도시 르아브르에서 태어나 20세기 초 강렬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야수파, 현대미술의 혁명을 이끈 입체파 미술에도 참여했다. 훗날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특유의 밝고 화사한 화풍으로 우울했던 전후 시대에 프랑스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다. 두 전시를 둘러보니 규모에서는 더현대, 다양함에서는 예술의전당이 돋보였다.
더현대 서울의 ALT.1은 9월 6일까지 뒤피의 최대 규모 컬렉션을 소장한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퐁피두센터)의 소장품을 공수해 회화 1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크리스티앙 브리앙 퐁피두센터 수석큐레이터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음악을 사랑했고, 전후에도 낙관주의로 국민들을 기쁘게 했던 그의 생애는 '행복의 멜로디'라는 전시 주제와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여러 사조를 넘나들었던 뒤피의 화풍별 대표작을 고루 볼 수 있다.
퐁피두센터에서도 전시된 적 없는 '조개껍데기를 든 목욕하는 여인'(1925)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다. 뒤피가 즐겨 그린 경마 그림은 특히 수집가의 수요가 많았다. 현존하는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인 '도빌의 경주마 예시장'(1930)과 말을 탄 케슬러 가족을 대형 화폭에 담은 '나무 아래 기수들'(1931~1932) 등은 놓쳐선 안될 작품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9월 10일까지 니스 시립미술관, 뒤피의 고향에 위치한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 소장품과 함께 에드몽 헨라드 컬렉션에서 출품되는 드레스 17벌 등을 공수해 전시를 꾸렸다. 뒤피는 20세기 장식 미술의 거장으로도 손꼽힌다. 회화는 물론 그가 제작한 드레스와 직물, 아트북 등 다양한 장르의 180여 점을 전시하는 점이 색다르다. '깃발을 장식한 배들'(1946) 등 생애 마지막에 집중적으로 그렸던 남유럽의 바다 그림도 대거 공수됐다.
두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 전시장 벽을 장식했던 가로만 60m인 사상 최대 크기의 벽화로 꼽히는 '전기의 요정'이다. 퀴리 부인, 에디슨, 벨 등 전기와 관련된 110명의 철학자와 과학자를 그려넣었다. 1951~1953년 뒤피는 10점의 석판화를 다시 제작했는데 이 석판화가 두 전시에 참여한다. 더현대 전시에 나온 것은 석판화를 구아슈로 채색한 유일한 작품이다.
꽃, 풍경, 도시, 인물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표현한 인생의 아름다움을 그려나간 연작들이 여운을 남긴다. 일생 동안 삶의 어두운 측면 대신 경쾌하고 화사한 부분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그는 "내 눈은 추악함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을 남겼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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