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년 예산안 국방부만 보류… “인건비 때문에 기재부 한도 1兆 넘겨”
‘재정건전’ 기재부, 국방부에 “내년 4%대만 늘려라”
국방 “7%대 증액 불가피”… 예산요구안 결국 ‘보류’
“초급간부 문제 심각” 처우에만 3400억 증액 요구
尹도 언급 “국민 혈세, 이들 처우 개선에 쓰이도록”
국민의 혈세가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초급사관과 부사관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6월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의 말
정부 부처들이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가운데, 제출 기한 2주가 지나도록 국방부만이 요구안 ‘보류’ 판정을 받아 심의 일정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당국은 세입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예년보다 다소 빡빡해진 지출 한도를 설정해 각 부처에 통보했는데, 국방부가 한도를 1조원가량 초과한 예산안을 들고와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최근 직업 군인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방부는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초급사관·부사관 처우 개선’에 대한 문제를 직접 공론화하고 나선 상황이다 보니 기재부의 한도를 넘어서는 예산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예산을 더 받아내야 하는 국방부와 나랏돈을 아껴야 하는 기재부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방부를 제외한 각 정부부처는 2024년도 사업·예산 항목을 짠 ‘예산 요구안’을 지난달 31일까지 기재부에 제출 완료했다. 한해 국가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의 ‘1라운드’가 끝난 셈이다. 기재부 예산실은 이 요구안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지자체 등과 협의해 심의를 진행한다. ‘2라운드’의 막이 오른 것이다. 심의를 거쳐 8월 말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면 9월 초 국회에 제출되는 것이 통상적인 일정이다.
그런데 올해 이런 예산 심의 일정에서 ‘국방 예산’ 분야만이 홀로 뒤처진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들은 모두 지출 한도를 지켜왔는데, 국방부는 그러지 못했다”며 “결국 국방부의 예산 요구안이 ‘보류’ 조치되면서, 심의 일정이 아직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예산 편성은 통상 부처별 지출 한도를 기재부가 정해 내려보낸 뒤 각 부처가 한도 내에서 재원을 배분하는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수 여건이 좋지 않고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해야 하는 올해, 기재부 입장에서 지출 한도를 마냥 후하게 배정해 주기는 어려웠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지출한도를 지키라는 요구가 예년보다 올해 유독 강했다”고 예산실의 분위기를 전했다. 돈 쓸 곳이 많은 부처 입장에선 소위 ‘기재부의 마음에 드는’ 예산 요구안을 만들기가 곤란했던 것이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기재부는 국방부에 올해보다 4%대 증액한 한도 범위에서 예산안을 짜오라고 요구했다. 올해 국방부 예산이 40조914억원이라는 점을 참고하면, 내년엔 여기서 1조~2조원을 늘리는 내에서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7%대 증액(약 3조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재부는 지출한도를 무조건 맞춰와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1조원 차이’를 두고 두 부처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국방부는 초급간부 처우 개선을 위한 지출 항목을 늘린 내용의 예산안을 요구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해당 명목으로 올해 대비 3384억원 늘린 4867억원을 요구했다. ▲휴일·야간근무수당 지급 1135억원 ▲장교 단기복무장려금 713억원 ▲부사관 단기복무장려수당 506억원 ▲당직근무비 1103억원 ▲초급간부 성과상여금 기준호봉 상향 400억원 ▲주택수당 대상 확대 및 단가 인상 1010억원 등이다.
국방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기재부가 제안한 한도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 계획대로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병 봉급을 인상하는 데만 당장 9000억원이 더 들고, 물가 상승률에 따라서 증가한 군인연금 전출금 4000억원 등만 생각해도 기재부가 요구하는 증액분을 다 채운다”며 “‘전력운영비’라고 지칭되는 국방부 예산은 인건비만 반 넘게 차지하고, 다른 항목들도 법정부담금이 많아서 국방 예산은 ‘경직성 경비’ 성격이 강하다는 특수성이 있다. 도저히 물리적으로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나 사병 월급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 위한 고정적 지출이 크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사병 월급 200만원’ 공약 이행의 일환으로, 기재부는 향후 2년간 관련 예산을 점진적으로 확대 편성시켜야 한다. 이 계획에 따라 지난해 82만원 수준인 병장 봉급은 올해 이미 130만원이 됐고, 내년과 내후년엔 각각 165만원, 205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올해 예산안에서 이런 병 인건비 예산으로 5000억원 증액이 필요했다면, 내년엔 9000억원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다.
초급간부 처우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무분별하게 늘어난 보조금 예산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건전 재정 의지를 나타내면서도 “국민의 혈세가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초급사관과 부사관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군인 간부들의 처우 개선 예산은 챙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8월 말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해서 국방 예산에 대한 심의도 진행할 것”이라며 “국방부와 논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예산을 모두 합친 국방 예산은 올해 총 57조143억원으로 편성된 바 있다. 1년 전보다 4.4% 증가한 수치다. 국방예산을 구성하는 또 다른 주체인 방위사업청은 기재부의 내년도 예산 증액 요구를 충족한 요구안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적으로 내년도 국방 예산으로 총 60조5000억원(6.1% 증가)이 요구됐고, 기재부는 이보다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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