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5개월 앞두고 대통령실 '수능 언급'에 교육계 혼란

고유선 2023. 6. 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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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변별력 논란 일자 대통령실 재차 해명…혼란 키워
학부모들 "입시 불안감 커지면 사교육 더 찾게 될 것"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서혜림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비와 수능 출제 관련 언급을 하면서 교육계에서는 올해 수능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서울=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1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2023.6.1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특히 '교육과정 범위 밖 수능 출제를 배제하라'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이 거듭되면서 학생, 학부모들은 당장 올해 수능 난이도가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16일 교육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수능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둘러싸고 '쉬운 수능' 출제를 지시한 것인지 등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전날 대통령실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교육개혁 관련 업무보고를 한 뒤 언론 브리핑 및 참고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이 "(수능의 경우)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몇시간 뒤 자료를 수정·배포하면서 발언 내용을 수정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더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막기 어렵다. 그러나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다루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불수능' 논란을 사교육비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은 것으로 해석하며 사실상 '쉬운 수능'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지난 2022학년도 수능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149점)는 역대 두 번째로 높았고, 수학(147점)은 전년보다 10점이나 상승해 역대급 '불수능'으로 불렸고, 이러한 여파 등으로 올해 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과 EBS 교재와의 연계를 강화해 수험생의 체감 난도를 낮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전해진 다음날 교육부는 대입 담당 국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는데, 이 역시 지난 6월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가 예상만큼 쉽게 출제되지 않자 질책성 인사를 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올해 본 수능 난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일각에서는 수능이 지나치게 어려운 '불수능'도 문제지만 반대로 '물수능'이 되면 최상위권 변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새어 나왔다.

이처럼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올해 수능 난이도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조짐이 보이자 대통령실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다시 진화에 나섰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며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능을 '쉽게 내야 한다'는 지침을 준 것이 아니라 변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하되 공교육 교과범위를 지나치게 벗어나는 수준의 문항 출제를 배제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대입과 관련해 원론적인 발언을 한 적은 많지만, 수능 출제를 언급하며 강한 메시지를 내놓은 적은 드물다.

자칫하면 입시를 앞둔 학생·학부모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서다.

교육계에서는 2002학년도 수능 직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쉽게 출제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었다가 충격을 받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생각할 때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이마저도 수능을 앞둔 시점이 아닌 수능이 끝난 이후였다.

학생·학부모들은 대통령실의 '수능 발언 주워담기' 때문에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김포에 거주하는 한 고3 학부모는 "대통령 말 한마디가 수능에 엄청난 영향력을 줄 것이고 시험의 출제 방향이나 난이도도 영향을 받을까 두렵다"며 "중요한 시기인데 아이들이 공정한 시험 치를 수 있도록 발언을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다른 고2 학부모는 "수험생과 가족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그걸 수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학부모는 "수험생들은 전략을 다 짜놓고 거기에 따라서 공부하는 상황인데 올해 수능 경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불안한 것이고, 9월 모평이 대통령 때문에 쉽게 나온다면 더 불안해질 것"이라며 "(대통령은) 사교육 잡기 위해서 발언을 꺼낸 것 같은데 사람들이 불안해지면 더 사교육 찾게 돼 있다"고 꼬집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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