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이 모욕감 준 게 민주당뿐일까…국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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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어쩌자고 쓰지도 못할 '포인트'를 이리도 넘치게 쌓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리 바보짓을 해도 한 장관의 민주당을 향한 '비아냥'은 도가 지나쳤다.
그간 민주당 의원들의 헛짓거리 퍼레이드를 보면 그런 낮은 수가 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싶지만, 그보다는 그냥 제멋에 취한 습관적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모욕감을 줬다는 민주당 반응에 "진짜 이유를 말하라"는 영화 대사까지 날릴 정도로 편집자 자질 또한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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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어쩌자고 쓰지도 못할 ‘포인트’를 이리도 넘치게 쌓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리 바보짓을 해도 한 장관의 민주당을 향한 ‘비아냥’은 도가 지나쳤다. 그는 2023년 6월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한 뒤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 그래도 민주당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체포동의안이 제출되기 전부터 갈팡질팡했다. 이번에는 가결해야 정치적 부담이 없다는 의견부터 무리한 수사이니만큼 아예 당론 가결 뒤 법원에서 구속 적법성을 따져보자는 주장도 있었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증거가 차고도 넘치는데 굳이 인신 구속에 동의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원칙론도 있었다. 어쨌든 의원 개개인이 양심에 따라 투표하고 그 결과에 당과 의원 모두 책임지면 될 일이었다. 국민에게 평가받는 방식으로 말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혁신한다더니 ‘방탄’을 했다는 호된 비판을 받는 선택을 했다.
한 장관의 ‘공정 지적질’은 면전의 민주당 의원들에게만 모욕감을 준 게 아니다. 국민에게도 ‘밉상 포인트’를 쌓았다. 그는 정부를 대표해 왜 두 사람을 체포해야 하는지만 설명하면 됐다. 어설픈 ‘공정론’을, 마치 자신만 아는 듯 새삼 설파할 자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가 이끄는 법무부와 검찰을 포함해 이 정권이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가 국민 절반을 넘는다.
그의 이런 ‘도발’이 계산된 행동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수사가 허술해 영장이 기각될 게 뻔하니 민주당을 먼저 ‘자극’해 부결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간 민주당 의원들의 헛짓거리 퍼레이드를 보면 그런 낮은 수가 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싶지만, 그보다는 그냥 제멋에 취한 습관적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뉴스가 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즐긴다. ‘도어스테핑’을 하루걸러 하다시피 하고, 부르거나 붙잡지 않아도 알아서 기자들에게 온다. 모욕감을 줬다는 민주당 반응에 “진짜 이유를 말하라”는 영화 대사까지 날릴 정도로 편집자 자질 또한 내보였다. 과거 검찰 시절부터 이런 ‘에디팅 능력’은 언론에도 먹히고 특히 상사인 윤석열 검사에게 잘 먹혔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한 장관은 체포동의안 부결 이틀 뒤 “민주당은 (모욕감 얘기 말고) 제 말에 틀린 부분이 있는지 지적해달라”며 “저는 못 찾겠다”고 의기양양했다. 부결된 건 상관없다는 태도이다. 그렇다면 체포동의안은 왜 제출했을까. 우왕좌왕하는 민주당을 상대로 마치 칼을 휘두를 필요도 없이 입으로도 반쯤은 죽여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그의 유니버스에는 민주당만 있는 것 같다. 민주당 뒤의 국민은 안 보인다.
혹여 그는 자신에게 환호하는 이들의 열광을 합리적 동의와 지지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 그를 향한 관심과 박수는 어디까지나 그가 민주당을 때려잡는 ‘도구’로 작동하는 데 대한 카타르시스적 반응일 뿐이다. 민주당과 민주당 정치인을 대놓고 무시하기에 앞서 자신이 또 다른 ‘정치적 증오’의 수단이라는 사실도 직시하면 좋겠다.
그의 오만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의 힘과 발언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쥐여준 것일 뿐이다. 백 일 좋은 사람 없고, 십 년 가는 권세 없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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