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설치하겠다던 ‘태양광 사기 수사팀’… 실제론 말뿐이었다

세종=전준범 기자 2023. 6.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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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경찰과 함께 설치하겠다고 선언했던 '태양광 투자 사기 전담수사팀'이 실제로는 출범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 조사를 통해 드러난 태양광 비리 상당수는 정부가 태양광 투자 사기 전담수사팀 설치를 공언했던 시기와 겹친다.

산업부가 발표대로 2019년에 경찰과 함께 태양광 투자 사기 전담수사팀을 설치했다면 막았을지 모를 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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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산업부 “경찰과 전담수사팀 설치” 발표
실제로는 미설치 “중대범죄로 볼 신고 적어서”
하지만 감사원 조사로 드러난 태양광 비리들
피해는 서민 몫…文정부 5년간 3000여건 상담

문재인 정부가 경찰과 함께 설치하겠다고 선언했던 ‘태양광 투자 사기 전담수사팀’이 실제로는 출범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말만 하고 손을 놓은 사이 공무원·지자체·사업자는 결탁해 태양광 발전 사업 비리를 저질렀다. 쏟아지는 보조금을 악용한 허위·과장 광고와 투자 사기에 힘없는 서민만 큰 피해를 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경찰과 함께 ‘태양광 투자 사기 전담수사팀’ 설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수사팀을 꾸리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이던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7월 “경찰청과 공조해 태양광 피해 유형과 주요 사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며 태양광 투자 사기 전담수사팀 설치를 예고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태양광 사업에 투자했다가 사기당하는 사람이 늘고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에너지 당국이 피해 확산을 막겠다며 경찰과 공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보다 한 달 앞선 2019년 6월 산업부는 태양광 사업 허위·과장·사칭 광고 등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한국에너지공단 내에 ‘태양광 피해신고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신고센터를 세우자마자 100여건에 가까운 태양광 피해 신고가 쏟아졌다.

산업부는 센터에 신고 접수된 사례와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서 전담수사팀 발족 시기와 규모를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또 수사팀을 통해 지자체와 사업자 간 유착·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부정 사례를 발견하면 향후 10년간 사업 참여를 막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발표 이후 정부는 태양광 투자 사기 전담수사팀을 발족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아는 정부 한 관계자는 “접수된 신고 가운데 심각한 범죄로 의심할 만한 건이 의외로 많지 않아 경찰 쪽에서도 전담수사팀까지는 꾸리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 조사를 통해 드러난 태양광 비리 상당수는 정부가 태양광 투자 사기 전담수사팀 설치를 공언했던 시기와 겹친다. 일례로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 발전소 허가 과정에서 민간 업체와 산업부 공무원 2명의 유착이 발생한 시기는 2018~2019년이다. 두 공무원은 2019년 공무원 옷을 벗은 뒤 각각 해당 기업 대표이사와 협력업체 전무로 재취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 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발전 사업 비리와 관련해 “당시 의사결정 라인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6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연합뉴스

또 전북 군산시가 강임준 군산시장의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기업에 태양광 사업 건설 우선협상대상자 특혜를 준 시기는 2020년이다. 산업부가 발표대로 2019년에 경찰과 함께 태양광 투자 사기 전담수사팀을 설치했다면 막았을지 모를 사건들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문 정부는 임기 내내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확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4000억원을 밑돌던 신재생 에너지 지원 예산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1조2580억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났다.

정보를 쥔 이들이 막대한 보조금에 편승해 태양광 비리를 저지르는 동안 서민 피해는 잇달았다. 일례로 지방에 사는 A씨는 ‘태양광 발전 무상 설치’ 문구가 적힌 현수막 광고를 봤다. 정부·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별도로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업체에 전화 문의한 뒤 설치비 9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정부 사업과 무관한 기업이었고, 정부 지원 자체도 이미 끝난 상태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A씨가 겪은 것과 유사한 피해 상담 건수는 2017~2022년(8월 말 기준) 2996건에 달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번 기회에 태양광 비리 차단 방안을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며 “다만 신재생 에너지도 중요한 전력원인만큼 해당 분야 자체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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