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실제 파업현장을 모르는 사실상 불법 행위 조장하는 판결”
대법원이 15일 ‘현대차 불법 파업 손배소’ 사건에서 파업에 가담한 개별 노조원들의 책임을 제한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기업들은 “실제 파업 현장을 모르는 탁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사실상 노조 같은 단체나 노조위원장 같은 주동자들에게만 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라며 “그동안 강성 노조원들이 유일하게 무서워했던 것이 손배소였는데, 앞으로 파업 기금을 쌓아 놓은 거대 노조 뒤에 숨어서 개별 노조원들이 불법행위를 일삼는 일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 측이 조합원들의 개별 행위를 일일이 입증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공장 관리자들이 증거 수집을 위해 촬영하면 노조원이 휴대폰을 뺏거나 폭행하는 게 실제 파업 현장”이라며 “복면을 쓰고, CCTV를 가리고 기물을 때려 부수거나 시설을 점거하는 행위가 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파업 이후 생산 물량이 회복된 점을 감안해, 손해액도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경총은 “피해가 분명히 발생했는데도 손해를 묻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조선·건설 등 현장에선 강성 노조원들의 불법행위가 여전하다. 지난해 6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선 금속노조원 8명이 ‘긴급 정지’ 버튼을 눌러 라인을 멈춰 세우고, 이를 저지하는 관리자 3명을 폭행한 뒤, 이를 촬영한 사무직 휴대폰을 빼앗아 삭제하는 일이 있었다. 한국타이어는 이들을 형사 고소하고 9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한 상태다.
작년 6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선 금속노조 하청지회가 작업장 입구와 독(선박 건조장)을 51일간 불법 점거했다. 사 측은 신규 선박 진수가 5주 미뤄져 80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지만, 손해배상 청구는 470억원만 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파업의 과격화로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고용노동부는 “국회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 논리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이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가담자 각각의 책임 정도에 따라 배상액을 달리 청구하라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불법에 가담한 노조원별로 책임 정도를 나눠야 한다는 취지인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조와 노조원 간 책임을 나눈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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