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김성수]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3. 6. 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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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자녀 채용 특혜, 견제 없는 권력의 부패
美, 英 독립성 보장하면서도 의회 등이 감시
상호 견제, 균형 위해 총체적 개혁 논의 나서야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의 말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로 종종 인용된다.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완전무결한’ 감시자란 존재하기 어렵다. 유베날리스의 경구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견제 장치 없는 권력은 권력의 성격과 양태를 불문하고, 부패하거나 독재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 역사적 실증이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 간부의 자녀 채용 특혜 논란은 새삼 오랜 풍자를 상기시킨다. 전·현직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에 이어 고위 간부의 채용 비리가 확인되면서, 선관위는 다시금 개혁 논의의 도마에 올랐다. 선관위는 헌법상 필수적 독립기관이다. 헌법 제114조는 선관위가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존재한다고 규정하였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확고히 규정한 것은 1960년 3·15부정선거 이후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헌법에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명시한 것이다.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선관위의 위상은 변화될 수 없을뿐더러 선관위 위원의 신분도 보장된다. 대통령도 위원의 직무에 간섭할 수 없다. 당연히 위원들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 관여도 금지된다. 문제는 이러한 필수기관의 내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유독 독립성이 강조되는 기관이다 보니 역설적으로 내부의 비리나 부패 등을 찾아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특혜 논란이 선관위 개혁의 불가피성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3인을 임명하고, 국회가 3인을 선출하며,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한다. 헌법은 위원장을 “위원 중에서 호선(互選)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위원장직을 맡아왔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선관위는 정권 교체 및 권력의 역학관계가 변화할 때마다 중립성 문제를 겪어 왔다. 아울러 ‘비상근 선관위원장’ 체제에 따른 사무처 직원들과 고위 간부들의 전횡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감시자’에 대한 견제는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명확한 정답을 찾기 어렵다. 국가별로 채택하고 있는 선거관리 거버넌스 모델도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의 선거관리 모델을 살펴보자.

미국의 경우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연방선거위원회(FEC)와 선거지원위원회(EAC)가 있다. FEC는 독립적인 행정기관으로 선출직 공무원과 후보자, 정당 등의 정치자금 등을 담당한다. 선거 자금에 대한 규제기관의 성격을 띤다. 반면 EAC는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선거관리에 관여하기 위해 설립한 독립기관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각 주에서 선거를 관리하지만, 주정부가 다루기 어려운 사안들을 연방에서 맡는다. FEC가 규제 부문에 중점을 둔다면 EAC는 관리 부문을 강조하는 셈이다. 두 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규제와 관리 간 업무의 분리를 통한 상호 균형이 이루어지며, 또한 의회의 감독을 받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역시 독립기관인 영국 선관위(Electoral Commission)의 경우 규제와 관리 부문을 모두 담당한다. 하지만 영국은 지난해 통과시킨 선거법(Elections Act 2022)을 통해 선관위의 독립적 운영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선관위 활동에 대한 의회의 감시 권한을 명시했다.

반면 한국의 선관위 직원들은 선거의 관리와 정당에 대한 사무 외에 선거와 관련된 교육, 자금 관리 등 많은 업무를 모두 독립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업무의 범위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특징은 선관위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가져온다.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독립기관’이 ‘타 기관의 감시와 견제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감시자에게는 또 다른 감시자가 필요하며,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상호 간 견제와 균형에 의해 유지된다. 선관위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조건부 감사를 받을지, 아니면 국정감사를 받을지는 어쩌면 부차적 문제일 수 있다. 선관위에 대한 총체적 개혁 논의가 이뤄질 때가 됐다. 권력의 속성은 본질상 팽창적이다.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결국 답은 권력분립의 원칙 강화다. 이상적인 선관위 개혁의 방향은 무엇일까? 작동해야 하는 권력을 적절히 나누고 통제하는 것이 시작일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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