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목적이면 그렇게 안 때려”… ‘부산 돌려차기’ 男, 사패 지수 강호순과 동급

현화영 2023. 6. 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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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피고인 이모씨에 징역 20년에 더해 2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 심야시간 외출금지 명령 등 부과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갈무리. 피해자 측 제공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고인 이모(31)씨의 ‘사이코패스 지수’가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2심 재판부가 출소 후 ‘20년 간 위치추적장치 부착’과 함께 ‘심야시간 외출금지 명령’ 등도 함께 부과한 이유로 풀이된다.

15일 뉴스1이 입수해 보도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이씨는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 결과 총점 27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PCL-R 검사에서 총점 40점 중 25점을 넘으면 사이코패스로 구분한다.

이는 2000년대 후반 경기도에서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이 받은 점수와 같다. 딸의 친구를 상대로 강간살인 범죄를 저지른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25점보다도 높다.

또한 이씨는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에서도 기준점 12점을 훌쩍 뛰어넘은 23점으로 ‘높음’ 수준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해 5월22일 오전 5시쯤 오피스텔 건물 공용엘리베이터 앞에서 서있던 20대 여성을 일명 ‘돌려차기’ 수법으로 폭행했다. 당시 이씨는 체중이 90㎏에 육박하던 거구였다.

그는 쓰러진 피해자의 얼굴을 체중을 실어 네 차례 강하게 밟았고, 의식을 잃은 후에도 또 다시 한 차례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머리 등에 치명상을 입은 여성을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입간판 뒤로 끌고 갔다. 피해자는 목숨을 잃을 뻔 했지만, 약 7분 후 오피스텔 입주민이 1층으로 내려와 인기척이 나자 이에 놀란 이씨가 도주하며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씨는 긴급체포돼 구속된 후 “피해자가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인 줄 몰랐다” 등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 그는 의식 잃은 피해자를 CCTV 사각지대로 끌고간 이유에 관해선 ‘구호 차원’이라는 어치구니 없는 주장도 폈다.

항소심에서 피해자 측의 강력한 요구로 성범죄 여부에 관한 추가 검증이 이뤄졌고, 검찰은 이씨의 혐의를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했다.

그러자 이씨 측은 “강간하려 했다면 그렇게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폭행 당시에 살인의 고의와 강간의 고의가 동시에 양립할 수 없다”라는 궤변에 가까운 항변을 늘어놓았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강간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또는 적어도 강간을 배제하지 않는 성폭력범죄들을 저지를 의도에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것”이라며 “저항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강간 범행을 용이하게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행을 사용한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이어 “범행 수법이 극히 잔혹하고 흉포하며 대담할 뿐만 아니라, 무자비한 공격으로 실신한 피해자를 확인하고도 재차 머리를 차는 듯이 짓밟거나 위중한 상태에 아랑곳없이 피해자의 옷을 벗겨 유린했다”며 “범행 과정 내내 피해자를 오로지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취급하였을 뿐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인격체로서의 최소한의 존중이나 배려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소년범 시기부터 성년 이후 최근까지 총 11년이 넘는 형을 복역하면서 20대 대부분을 수감 생활로 보냈음에도, 출소 후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범행에 이르러 장기간 수형에도 불구하고 성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검사 결과에서 드러나는) 이씨의 과도한 공격적 특성과 행동통제능력의 결여, 반사회적 성격적 특성을 더해 보면, 과연 법을 준수하려는 기본적인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 이모씨가 쓴 반성문 일부. 피해자 A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항소심 선고 후 피해자 A씨는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씨가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 내용을 공개해 또 한 번 공분이 일기도 했다.

반성문에서 이씨는 “저의 착각과 오해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묻지마식 상해를 가한 것에 대해 깊이 잘못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상해에서 중상해 살인미수까지 된 이유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저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의 ‘죄명, 형량’도 제각각인데 왜 저는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자신의 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전과 18범으로 알려진 그는 “전과가 많다는 이유라면 저는 그에 맞게 형집행을 다 (복역)했다”며 억울하다고도 했다.

또 다른 반성문도 공개됐는데, B씨는 “피해자(A씨) 분은 회복이 되고 있으며,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는 것을 봤다”며 “피해자라는 이유로 진단서, 소견서, 탄원서(피해자의 주장을)를 다 들어주는 것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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