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K] 온통 수의계약에 법인 쪼개기까지…“유착 사각지대”

안승길 2023. 6. 1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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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여전히 바뀌지 않는 주민참여예산의 문제점, 전해드렸습니다.

주민참여예산이 쓰인 사업들은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빈틈을 노린 건설업체가 '법인 쪼개기'를 통해 공사를 독식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참여'를 빌미 삼아 예산 낭비나 유착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해 보입니다 .

안승길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제시의 건설부문 주민참여예산 사업 내역입니다.

농로 공사 등으로 해마다 5억 원 안팎이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대부분 계약이 공급가액 기준 2천만 원 안쪽이란 점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항목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셈인데, '소규모'란 이름을 달고 조달 시스템을 회피해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정한 입찰 없이 지자체가 직접 대상을 선정하는 만큼, 의원이나 지자체와 밀접한 업체들을 골라 사업을 몰아줄 우려도 큽니다.

[전북도의원/음성변조 : "하도 부탁해서 한 건인가 두 건인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올해 같은 경우는 일체 이야기 안 했어요. 너무 심하기도 하고 서로 돕고 사는 거지만 지나친 건 좀 문제잖아요."]

이런 속사정에 밝은 건설업체들.

심지어 법인을 쪼개 각기 다른 이름으로 사업을 줄줄이 가져갔습니다.

남편 회사가 생긴 지 7년 만에 같은 자리에 법인을 세운 부인.

사실상 한 몸인 이들 업체가 2천15년 이후 따낸 공사는 주민참여 사업을 포함해 백29건,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29억 3천만 원이 넘습니다.

[○○ 건설사 관계자/음성변조 : "하나만 돼도 기본 경비나 다 나오기 때문에…. 당첨이 더 많이 되려고 추첨할 때 응모권을 더 많이 넣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이곳은 더 심각합니다.

나란히 사무실을 얻어놓고 같은 이사진이 건설사 두 곳을 운영하더니, 3년 전엔 당시 스물세 살 밖에 안 된 창업주 가족 명의 법인을 하나 더 세웠습니다.

[C 건설사 대표/음성변조 : "관급공사 많이 안 하는데요. (같이 운영하시는 거죠?) 아뇨, 따로따로인데요. (아드님이시죠?) 툭(전화 끊음)."]

2018년 이후 집중적으로 공사를 쓸어 담은 이들, 역시 주민참여 사업을 포함해 5년간 맺은 관급계약 총액이 33억 4천여만 원에 달합니다.

특정 업체에 계약을 몰아줬단 감시를 피하려는 꼼수로 보이는데, 정작 공공계약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지자체는 몰랐단 반응입니다.

[김제시 관계자/음성변조 : "여러 개를 운영한단 얘기는 들은 적 있는데, 어떻게 연결이 됐는지 그런 것까지는 파악 못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입찰을 많이 해간다, 그런 부분을 제재할 방법이 있을까요?"]

명목상 '재량 사업비'는 사라졌다지만, 현재 도의원 한 사람당 쓸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은 5억 원 안팎.

어림잡아 한 해 200억 원에 달하는 큰 돈인데, 이처럼 제도의 헛점을 파고든 업체들은 이득을 얻고, 의원들은 손 쉽게 선심성 예산을 보내는 구조가 여전하다보니, 유착 우려가 큰 게 현실입니다.

[이상민/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 : "본질은 뭐냐면 여전히 도의원이 결정하는 '재량 사업비'란 게 중론이다. 도의원들이 그걸 안 놓고 5억이란 예산을 받으려고, 어차피 그런 거라면 행정에서 하면 되는 거잖아요. 도의원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필요가 없는…."]

재량 사업비를 매개로 뒷돈을 받은 전·현직 도의원과 시의원 등이 잇따라 처벌받고 직을 잃은 뒤에도, 주민참여예산을 활용한 방진망 사업 비리 등이 이어진 전라북도.

진짜 주인인 주민 몫이 의원 몫으로 전락하지 않게 집행 과정을 살피고, 리베이트를 비롯한 비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꼼꼼히 감시해야 합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전현정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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