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인구절벽에 사라진 '이기자' 부대…지역 상권도 '휘청'
강원도에 있는 이기자 부대는 군대를 안 가본 사람들도 아는 유명한 부대죠. 그런데 이 부대가 해체됐습니다. 인구가 줄어든 탓인데, 당장 지역 상권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밀착카메라 여도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기자!' 이런 구호가 넘쳐났을 이곳은 이기자 부대로 불렸던 강원도 27사단입니다.
70년가까이 중부전선을 책임졌지만 작년 말, 해체됐습니다.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철조망은 남아있지만 오가는 사람없이 철문이 굳게 잠겨있습니다.
부대 근처 버스터미널은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방성진/버스기사 : 옛날에는 손님 태우기 바빴는데 지금은 손님 구경하기가 어렵죠. 옛날엔 무조건 아침 시간에는 만석이었거든요, 군인 아저씨들이.]
군인용품을 파는 군인백화점입니다.
부대가 있을 땐 군인들이 와서 장갑이나 티, 그리고 부대용품 등을 사갔지만 지금은 재고만 쌓여있습니다.
[김기주/군인용품점 운영 : (군인들) 계속 들어와서 팔리고 했던 거고. 지금은 안 팔려서 폐기처분해야… 거의 없어, 매출이. 하루에 1만~2만원 팔기도 힘들어. ]
숙박시설도 텅 비었습니다.
[숙박업소 운영 : 펜션으로만 해선 생활이 안 되죠. 다른 일을 하죠. 저는 이제 건설현장 같은 데 나와서 일 하고.]
주말이면 휴가나 외박 나온 군인들로 북적이던 곳이지만 지금은 이렇게 한산합니다.
상인들도 그런 풍경은 이제 옛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박종각/PC방 운영 : 옛날엔 그냥 오면 자리 없었지. 주중에 주말에 나올 사람들이 전화를 해요. (장부에) 적어놓고 자리 배정하고. 이 장부 안 쓴 지 1년 넘었어요.]
1970년대 100만 명이던 한 해 출생아는 2002년 40만명대로 내려앉았습니다.
2002년 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지역도시도, 군대도 인구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부도 상비병력 60만명을 50만명으로 줄였고, 군부대는 해체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주둔지 특수를 누렸던 전방 지역 상권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동해충용부대' 양양 8군단도 이달 말 사라집니다.
역시 상권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김정숙/시장 상인 : 계급 있는 사람들이나 아이들 면회 오거나. 이제는 전혀 없고. 높으신 분들도 오시면 그래도 일주일에 한 두세 번씩은 계속 왔는데. '이제 저희는 갑니다' 하고서 가고 전혀 사람이 안 와.]
주민들은 해체를 다시 검토해달라는 서명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준화/강원도시군번영회 연합회장 : '무조건 부대를 줄인다, 무조건 안 된다' 이렇게 하면 주민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인구가 줄어들면서 군부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군부대 덕분에 유지되던 마을에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별다른 대안도 없어서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작가 : 강은혜 / 영상디자인 : 유정배 / 인턴기자 : 김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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