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식량난에 아사 걱정… 이웃들 죽어”

BBC, 3명 인터뷰
“최근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전문가, ‘고난의 행군’ 후 최악 평가

‘물을 주려고 이웃집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런 답이 없었다. 사흘 뒤 당국이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온 가족이 죽어 있었다.’

영국 BBC방송은 14일(현지시간)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 주민들이 굶어 죽고 있다고 평양과 중국 국경 근처 마을 등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 3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상황임을 시사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인천 강화군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모습으로, 군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손을 잡은 채 나란히 걷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평양에 사는 지연(이하 가명)씨는 이웃 일가족의 아사 소식을 전하며 “남편과 내가 굶더라도 아이들은 먹여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며 “이대로 자다가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중국 국경 근처에 거주하는 건설노동자 찬호씨는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코로나19 감염으로 죽을까 두려웠지만 곧 아사할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밀수품을 파는 상인 명숙씨는 이전엔 장마당에서 팔리던 제품 4분의 3이 중국에서 왔는데 이제는 “텅 비었다”며 “너무 배고픈 나머지 우리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생겼다”고 했다.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 말을 연상케 하는 인터뷰 내용에 북한 경제학자 피터 워드는 “아직 전면적 사회 붕괴나 집단 기근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BBC는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도움을 받아 현지 주민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주영 북한대사관 측은 BBC가 수집한 정보가 “반공화국 세력의 조작된 증언에서 나온 것으로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어려운 시기에도 항상 인민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인민의 복리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