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의 상처가 이도현에게 미친 영향 [인터뷰]

정한별 2023. 6. 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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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 '나쁜 엄마' 강호 역으로 열연
"라미란과 호흡, 진짜 어머니 생긴 기분"
이도현이 '나쁜엄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넌 천재야. 어떤 대학이든 갈 수 있겠어.

배우 이도현이 고등학교 3학년 때 들었던 칭찬들이다. 자신감이 넘쳤고 두려울 게 없었지만 정작 입시를 마치고 받아들었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과거의 상처는 이도현을 더욱 성숙해지게 만들었다. 연기와 관련해 쉽게 만족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게 됐다.

이도현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JTBC 드라마 '나쁜엄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종영한 이 작품은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라미란)과 뜻밖의 사고로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도현의 도전

이도현이 라미란을 향한 존경심을 내비쳤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이도현에게 강호 캐릭터는 도전이었다. 그는 대본으로 강호를 만난 순간 '연기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강호는 나 아니면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야겠다'는 오기도 함께 생겼단다. 이도현은 차가운 눈빛을 지닌 30대 검사 강호와 7세 지능을 갖게 된 순수한 그를 모두 표현해야 했다. 시청자들이 강호의 두 가지 면모를 보며 다른 사람처럼 느끼지 않게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 이도현은 "톤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급격하게 어려지는 것도 이상하고 30대 말투로만 하는 쪽도 공감이 안 될 듯했다. 그 간극을 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도현의 노력 속에서 강호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냈다.

강호를 그려내며 모자 호흡을 맞춘 라미란과도 자주 상의했다. 이도현은 라미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진짜 어머니가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라미란은 이도현에게 배우로서 걸어가야 할 길이나 방향성, 연기자로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 등을 알려줬다. 이도현이 현장에서 바라본 라미란은 장난을 치고 스태프들과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영순으로서 화를 내고 눈물을 흘렸다. "자의로 뭔가 하려 하지 않아도 어머니(라미란) 덕에 알아서 이뤄지는 부분이 많아 편하게 연기했다"는 이도현의 말에는 선배를 향한 존경심이 묻어났다.


이도현의 실제 학창 시절

이도현이 과거를 회상했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이도현의 실제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중,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학원을 많이 보냈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자신은 공부가 하기 싫어 공부방에서 밥만 먹고 나온 뒤 운동을 했단다. 과거를 회상하던 이도현은 "성인이 되고 나니 왜 그러셨는지 알겠다. 영순처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께 지금은 딸처럼 하려고 한다. 애교도 부리고 살가운 아들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파스타도 먹으러 다닌다"고 전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도현은 '연기 천재'라는 표현을 듣곤 하지만 정작 그는 스스로에게 엄한 편이다. 안주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깊게 남아 있다. 이도현은 "재수의 영향이 큰 듯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칭찬을 많이 받았다. 당시에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왜 그랬는지 이유를 곱씹었다. 재수를 결심한 뒤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 듯해요. 연기와 관련해서는 쉽게 만족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으려는 습관 아닌 습관이 생겼죠."


임지연과 '더 글로리'

이도현이 연인 임지연을 언급했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나쁜엄마'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1회 3.5% 시청률로 시작해 마지막 회 12%를 기록했다. 이도현과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 함께 출연했으며 공개 열애 중인 임지연 또한 시청률과 관련해 그에게 축하의 말을 해줬다. 다만 임지연이 촬영으로 바쁜 만큼 '나쁜엄마'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하진 못했단다. 안은진과의 뽀뽀신과 관련해서는 "다 연기이지 않나. (임지연과) 그런 걸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더 글로리'는 이도현에게 터닝포인트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도현이 그려낸 여정 캐릭터는 세계인에게 극찬을 받았지만 정작 그는 납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내가 봤을 때는 연기가 이상했다.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었다. 왜 칭찬을 받는 건지 몰라 답답해 감독님들께도, 라미란 선배님께도 여쭤봤다. '물컵에 물이 넘칠 것 같으면서도 넘치지 않지만 중립을 지키는 연기를 하는 건 어려운 거야. 차라리 욕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우는 연기는 조금 더 수월해. 네가 어려운 연기를 잘 소화해서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은 후에 '나도 받아들여야지'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는 게 이도현의 설명이다. 제3자의 관점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든 '더 글로리'는 이도현이 배우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커리어와 등산

이도현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이도현은 자신을 '열심히 하는 걸 빼면 시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입대 후 이루고 싶은 목표 또한 연기와 맞닿아 있다. 이도현은 "공연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돼서 돌아오고 싶다. 그리고 체중을 찌웠다가 줄였다가 해보고 싶다. 어느 정도 찌웠을 때 어떤 얼굴이 나오고 뺐을 때 어떤 얼굴이 나오는지 확인하면 캐릭터에 맞게 바꿀 수 있을 듯하다"면서 열정을 내비쳤다.

이도현의 시선에서 연기 활동과 등산은 꽤나 닮아 있다. "정상에 도달했을 때 경치 보고 바람 쐬고 거기에서 계속 머물러 있으면 얼어 죽는다. 어쨌든 하산을 해서 다른 산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산할 때 힘이 풀려서, 안일해져서 많이 다친다고 생각한다. 하산을 잘 할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말하는 이도현은 그가 다른 산의 정상에서 펼칠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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