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명·변리사 4명 '원팀' 이뤄 특허소송 올인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3. 6. 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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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특허소송 현장 가보니
법조·변리사업계 갈등 全無
애플과 옵티스 간 특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영국 고등법원 전경. 런던 이새봄 기자

지난 5월 16일 오전 10시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서 열린 애플과 옵티스 간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된 심리 청취 현장. 3명의 판사 앞에서 금발 가발을 쓴 애플 측 변호인이 통신 방식과 관련된 침해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판사가 다소 기술적인 질문을 던지자 변호인은 판사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바로 뒤에 앉아 있는 변호인단에 자문하고는 다시 법정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변호인이 자문한 소송 대리인은 같이 소송을 준비한 변리사 중 한 명이다. 옵티스 측 변호인들은 관련 내용을 주의깊게 듣고 메모를 이어간다.

애플의 상대 측 변호인단석에 앉아 있는 이들은 특허법인 'EIP' 소속 변호인단이다. 대런 스미스 EIP 파트너 변리사는 "보통 특허 소송의 경우 변리사 3~4명, 사무 변호사 2~3명, 변호인석에 앉아 직접 변론하는 변호사 2명이 한 팀을 이뤄 준비한다"며 "특히 이번처럼 기술적으로 복잡할 때에는 소송 대리를 로펌이 아닌 특허법인에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특허 개혁 이후 특허법인이 특허 침해 소송에 나서는 것은 더 이상 생소한 광경이 아니다. 영국은 35년 전인 1988년 특허지방법원(PCC)을 신설하면서 처음으로 변리사의 소송 대리를 허용했으며, 2013년에는 변리사 소송 대리권을 대폭 확대한 바 있다. 스미스 변리사는 "EIP를 비롯해 영국에는 큰 규모의 특허법인이 많이 생겼다"며 "특허법인 소속 변호사들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하루 전 영국 지식재산기업법원(IPEC)에서 진행된 상표권 침해와 관련한 사건관리회의 현장에서는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는 측 변호사가 상대방의 상표권 침해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해 판사에게 지적을 받았다. 상대 측 변호인은 상표권을 포함해 지식재산권 변론에 특화된 변호사였다. IPEC는 소송가액과 소송비용이 각각 5만파운드(약 7800만원), 50만파운드(약 7억8000만원)를 넘지 않는 작은 사건을 다루는 법원인 만큼 소송 대리인이 1명인 경우가 많다. 이때 소송 대리인은 특허·상표권 침해 관련 사건을 주로 수임해온 변호사나 변리사가 맡는다.

이처럼 변호사와 변리사 공동 소송 대리가 자리를 잡은 영국에서는 두 이해단체 간 갈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매트 딕슨 영국 변리사회 부회장은 "지금은 변리사와 변호사가 법무법인이든 특허법인이든 구애를 받지 않고 함께 한 회사에 소속돼 긴밀하게 협업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런던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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