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태양광 과속'이 부른 참사

송광섭 기자(opess122@mk.co.kr) 2023. 6.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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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의 태양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2018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북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에 속도가 붙는 순간이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 보급에 앞장섰다. 규제는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주며 태양광 사업 참여를 부추겼다. 덕분에 2018년에만 2GW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됐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보급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다. 2019년에는 연간 보급 목표량을 7월에 조기 달성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태양광 보급에 속도가 붙자 환경 훼손과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며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5년이 흐른 지금, 태양광은 급증했고 부작용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은 최고 성수기인 봄철에도 하루에 고작 4시간만 전기를 생산한다. 햇볕이 좋아 과잉생산이라도 하면 가동이 중단된다. 이른바 출력 제어다. 대규모 정전 우려 탓에 당국이 발전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것이다. 영호남에 모인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보내야 하는데 전력망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다.

국내 유일 전력망 사업자인 한국전력은 극심한 경영난에 전력망 사업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태양광을 돌리기 위해 태양광보다 원가가 훨씬 저렴한 원전 가동까지 줄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기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공급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환경 훼손과 부동산 투기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감사원은 태양광 비리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공공기관 8곳의 임직원 250여 명이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양광 보급 과속은 씁쓸한 결과만 남겼다.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 위기를 초래했다. 그 과정에선 도덕적 결함까지 드러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태양광=악'이라는 인식만 남겨주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송광섭 경제부 song.kwangsub@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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