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아이에 불임수술”… ‘반세기 존속’ 日 우생보호법의 피해 실체

강구열 2023. 6. 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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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일본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우생보호법(優生保護法)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아사히신문은 구(舊)우생보호법의 입법경위, 피해사실 등을 조사한 국회 조사실 보고서 원안에 "9살 아동에게도 수술이 이뤄지고, 법정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심각한 피해 실태가 담겼다"고 15일 보도했다.

구우생보호법은 난관, 정관을 묶는 등으로 불임수술을 하게 하고 생식불능을 목적으로 한 수술이나 X-레이를 쬐는 것은 "이유없이 해서는 안된다"며 벌칙까지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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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병 환자 등 불임수술 허용한 법률 1948년 성립
1996년까지 2만5000건 실시…66%는 본인 동의 없어
당사자 속이거나 법률 규정 어긴 사례도 횡행

1948년 일본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우생보호법(優生保護法)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로써 유전성 질환, 정신질환,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본인 동의가 없어도 의사의 신청, 심사회의 결정으로 불임수술이 가능해졌다. ”불량한 자손의 출생을 방지한다”는 게 목적이었다. 1996년까지 존속된 우생보호법에 따라 실시된 불임수술은 2만5000건에 달했다. 그 중 동의없는 수술은 1만6475건으로 66%에 달했다. 우생보호법으로 인한 야만적 실상을 보여주는 보고서 내용이 공개됐다. 

아사히신문은 구(舊)우생보호법의 입법경위, 피해사실 등을 조사한 국회 조사실 보고서 원안에 “9살 아동에게도 수술이 이뤄지고, 법정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심각한 피해 실태가 담겼다”고 15일 보도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보고서 원안은 지방자치단체 자료를 근거로 “(불임수술을 실시한) 최연소는 9살의 사례”라고 명시했다. 쇼와 30년대(1955∼1964년) 후반에 남자 아이, 소와 40년대(1965∼1974년) 후반에 여자 아이를 대상으로 각각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의 이유, 배경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었다. 최고령 수술 사례는 57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당사자를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려 맹장수술을 하면서 불임수술을 함께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법률에 명시된 절차를 어긴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구우생보호법은 난관, 정관을 묶는 등으로 불임수술을 하게 하고 생식불능을 목적으로 한 수술이나 X-레이를 쬐는 것은 “이유없이 해서는 안된다”며 벌칙까지 두었다. 또 고환적출은 ‘치료 효과가 있는 경우’, ‘긴급 피난(避難) 행위’에 한정해 가능했다. 하지만 자궁적출이나 X-레이 조사 등 법정 외 수술이 횡행했다. 

또 본인 동의가 불필요하다고 여겨진 수술이라도 지자체 심사회의 결정 등이 필요했지만 “심사를 거치지 않고 지적장애인에게 불임수술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사히는 “심사회는 11월 하순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서두르기 위해 ‘(병원에) 부탁해 10월 29일 오후’ 수술이 이뤄졌다고 기재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심사회가 회의를 열기 위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진행되기도 했다. 

일본은 2019년 4월 피해자에 대한 일시금지급법을 만들어 정부가 불임수술에 관한 조사를 하도록 했다. 3년 전에는 중의원(하원), 참의원(상원) 후생노동위원장이 양원 조사실에 관련 조사를 지시해 지난 12일 보고서 원안이 제출됐다. 

피해 당사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구마모토 지방법원은 불임수술을 당한 70대 남녀 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해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오사카 고등법원, 도쿄 고등법원에서 나왔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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