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에서 생명체 필수 물질 나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6. 1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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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켈라두스 남극에서 얼음 알갱이 분출
카시니호 관측 정보로 인산염 포함 확인
인은 유전물질, 에너지분자 구성의 핵심
지하 바다에 생명체 있을 가능성 높아져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의 지하에는 바다가 있다. 여기서 땅이 갈라진 틈으로 액체 상태의 물이 분출해 얼어붙은 바닷물 알갱이가 들어 있는 기둥을 형성한다(왼쪽 아래). 얼음 알갱이 중 일부는 토성의 E 고리를 이룬다(가운데). 국제 공동 연구진은 카시니호가 관측한 E 고리의 얼음 알갱이에서 인산염의 흔적을 밝혀냈다(오른쪽 아래)./SSI/JPL/ SWRI/ Freie Universität Berlin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와 남극의 물기둥 분출 모습의 합성 사진. 탐사선 카시니호는 2005년 엔켈라두스의 남극에서 물기둥이 분출되는 모습을 처음 포착했다. 과학자들이 엔켈라두스의 지하 바다에서 분출된 물에서 생명체에 필수적인 인을 발견했다./NASA

토성의 얼음 위성에서 생명체의 핵심 구성 요소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지구 밖에서 처음으로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의 프랑크 포스트버그(Frank Postberg)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Enceladus) 지하 바다에 생명체의 핵심 구성 요소인 인산염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은 지금까지 지구 이외의 바다에서 검출된 적이 없었다. 이번 연구에는 전 세계 연구기관 10곳이 참여했다.

◇지하에서 분출된 물기둥에서 인산염 발견

생명체는 인산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인산염에 있는 인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인은 에너지를 운반하는 분자인 ATP와 유전정보를 담은 DNA를 이룬다. 세포막, 사람과 동물의 뼈와 치아, 해양 생태계를 떠받치는 미생물을 만드는 데에도 들어간다.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카시니 탐사선이 관측한 정보를 이용해 엔켈라두스의 지하 바다에서 인산염 형태의 인을 직접 검출했다. 카시니는 13년 이상 토성과 고리, 위성 시스템을 탐사했다.

엔켈라두스는 표면을 덮은 얼음 아래에 바다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공동 탐사선 카시니호는 2005년 엔켈라두스 남극에서 물기둥들이 분출되는 모습을 관측했다. 과학자들은 자기력과 중력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표면의 얼음층 아래와 중심부 암석층 사이 지하 40㎞에 최대 수심 10㎞의 바다가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에 지하 바다에서 분출될 얼음 알갱이를 분석해 지하 바다에 생명체의 필수 원소인 인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크리스토퍼 글라인( Christopher Glein) 박사는 “2022년 지구화학 모델에 기반한 가상실험을 통해 엔켈라두스의 바다에 인이 풍부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번에 실제로 지하 바다에서 분출되는 얼음에서 풍부한 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카시니 탐사선의 우주 먼지 분석기가 관측한 정보를 분석해 엔켈라두스 바다에 인이 있을 뿐 아니라. 그 농도가 지구의 바다보다 최소 100배 이상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비슷한 환경을 가진 다른 얼음 바다에서도 인산염이 고농도로 관측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엔켈라두스 지하의 알칼리성 바다가 암석 핵과 지구화학적으로 상호 작용한다고 추론했다. 지구화학 모델에 기반한 실험에 따르면 이러한 상호작용이 인산염 광물의 용해를 촉진한다. 카시니호가 인산염을 발견한 것은 엔켈라두스의 바다가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패러다임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Southwest Research Institute

◇태양계에서 생명체 발견 가능성 1순위

글라인 박사는 “이번 결과는 우주생물학에 있어 놀라운 결과이며 지구 밖 생명체를 찾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엔켈라두스는 지름이 504㎞로 지구의 4% 크기에 불과하다. 달과 비교해도 7분의 1에 그친다. 과학자들이 이 작은 위성에 주목하는 것은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함께 태양계에서 물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천체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곳처럼 물을 살짝 얼린 슬러시나 얼음 상태가 아니라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충분한 온도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5년 동안 태양계에서 얼음으로 덮인 표면 아래에 바다가 있는 천체가 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과 엔켈라두스 그리고 태양계 맨 바깥에 있는 왜행성인 명왕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구처럼 바다가 표면에 있으면 액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내는 별(항성)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하의 바다는 항성이 내는 에너지가 아니라 천체 간 인력이 만드는 마찰력으로 열을 얻어 명왕성처럼 항성에서 멀리 있어도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엔켈라두스의 바다가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한 심해저(深海底)와 흡사한 환경을 가졌다고 본다. 1970년대 해양학자들은 심해저 화산지대에서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열수분출구(熱水噴出口)를 발견했다. 햇빛도 들지 않는 곳이지만 그곳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지구 초기에 이런 곳에서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으로 본다.

엔켈라두스에도 같은 환경의 바다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토성의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엔켈라두스 내부 바다에 마찰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해저 온천이 생긴다고 본다. 온천수가 지표면의 갈라진 틈을 타고 물기둥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으로 엔켈라두스의 바다는 일반적으로 생명체가 살기 위한 가장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음 단계는 엔켈라두스에 가서 실제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바다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987-9

PNAS(2022), DOI: https://doi.org/10.1073/pnas.220138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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