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로봇·AI, 모든 게 투입됐다 과학자들의 ‘꿀벌 살리기 대작전’

유지한 기자 2023. 6.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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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수명, 50년 전의 절반으로 ‘뚝’
과학자들이 전 세계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꿀벌을 살리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사진은 꿀을 먹는 벌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의 감소는 단순히 개체 종에 대한 피해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식탁까지 위협할 수 있다.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식량 생산의 3분의 1이 꿀벌에게 의존하고 있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동물 수분에 의존하는 농업 생산량은 300% 증가했지만, 수분 매개자 종의 40%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비슷한 기간 꿀벌의 수명도 절반으로 단축됐다.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나 살충제를 쓰는 농업 방식, 해충과 질병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에 과학자들이 꿀벌 살리기에 나섰다. 질병을 예방할 백신이나 벌통을 관리할 로봇을 개발하는 식이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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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꿀벌에 치명적인 질병 예방하는 백신

호주 커틴대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태평양 보전 생물학과 도시 생태계’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로 야생 벌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벌들의 선호도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며 “벌들이 선호하는 식물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도시인 퍼스 내 14개 장소를 살펴봤다. 이들은 벌이 어떤 꽃을 찾는지 기록해 호주 토종벌을 끌어들이는 꽃 10종을 찾았다. 모두 토착 식물로, 주로 유칼립투스 같은 도금양과 식물과 콩과 식물이었다. 토종벌의 70~80%가 이 식물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토종 꽃의 비율이 높을수록 꿀벌의 번식 성공률도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꿀벌을 천적이나 질병에서 보호하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바이오 기업 ‘달란 애니멀 헬스’는 올해 초 미국 농무부로부터 세계 최초 꿀벌 백신을 조건부 승인받았다. 감염되면 꿀벌 유충을 썩게 하는 ‘미국 부저병’을 막기 위한 백신이다. 아직 치료법이 없고 감염되면 벌통을 태워 없애야 한다.

회사가 개발한 백신은 여왕벌의 먹이인 로열젤리에 부저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비활성화해 섞은 것이다. 여왕벌의 난소에 백신이 축적되고 유충은 부저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여왕벌 관리하는 로봇 벌도 개발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은 꿀벌에게 해를 끼치는 ‘바로아 응애’와 ‘작은 벌집 딱정벌레’만 죽이는 살충제를 개발했다. 바로아 응애는 진드기의 일종으로, 꿀벌의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 먹고 각종 바이러스를 옮긴다. 작은 벌집 딱정벌레도 알을 죽이고 벌집을 파괴하는 해충이다. 연구진은 해충에게 필수적인 곤충 호르몬인 ‘엑디손’의 수용체 단백질 작동을 억제하지만 꿀벌의 해당 단백질은 영향을 받지 않는 살충제를 개발했다. 익충은 해치지 않으며 해충만을 표적으로 한 것이다.

로봇도 꿀벌 살리기에 동참했다. 미국 기업 ‘로보로열’은 꿀벌 개체 수를 늘리고 수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아주 작은 로봇에 인공지능(AI)을 결합했다.

로봇은 꿀벌 개체 수 증가에 가장 중요한 여왕벌을 관리한다. 예컨대 로봇은 여왕벌의 먹이를 제공하고 몸단장을 도우며 일벌에게 페로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 개발 단계지만 조만간 8대를 유리병 안 벌집에 배치하는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로보로열은 “기계학습 등을 통해 여왕벌을 관리하는 방법을 점진적으로 학습할 것”이라고 했다. 여왕벌이 알을 낳는 과정을 최적화해 개체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등 다른 연구기관들도 꿀벌을 도울 수 있는 로봇 벌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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