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누리호 3차 발사 성공과 과제

2023. 6. 1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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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의 ‘피·땀·눈물’로 일군
대한민국 첨단과학기술 자산
4차 발사부턴 민간기업 주도
국민의 격려, 지속적 관심 필요
2023년 5월24일 오후 6시24분,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3차 발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추진제통에 연료와 산화제를 충전하기 직전 누리호 헬륨탱크에 헬륨저감 밸브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가 문제를 일으켜 오후 4시10분 발사가 중단되었다. 누리호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누리호 발사 통제센터와 발사대 사이의 통신문제라서 우주발사체 누리호는 발사대에 세워둔 채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기로 하였다. 발사는 24시간 연기됐다.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들은 밤새 문제점을 찾아내고 결국 해결했다. 25일 오후 3시40분 연료·산화제 주입을 시작해 5시40분 주입을 완료하고, 5시54분 기립장치를 발사대로부터 철수하였다. 이윽고 자동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오후 6시24분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이륙하였다. 발사된 누리호는 125초 후에 64.5㎞에서 1단 분리, 그리고 234초에 204㎞ 높이에서 인공위성 보호덮개인 페어링 분리, 이륙 272초에 258㎞에서 2단 분리, 3단 점화, 그리고 이륙 12분13초 초속 7.58㎞일 때 엔진을 중지하고 13분3초에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550.6㎞의 궤도에 진입시켰다. 그리고 큐브 위성 7기를 20초 간격으로 분리시킴으로써 3차 발사를 성공리에 마쳤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누리호 개발에 성공한 것은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우수한 팀이라는 증거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팀을 어떻게 잘 유지하고 활성화해 좀 더 우수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게 하느냐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오랫동안 계속하면 지치게 마련이다. 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으로 오랫동안 참여했던 연구원들은 발사실패의 짐에서 벗어나 이제야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시기이다. 대전의 연구단지를 돌아다녀 보면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어 국내 우주개발의 초석을 깐 항공우주연구원 1세대로서 흐뭇한 기분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된 지 34년 만에 독자적으로 항공우주 분야의 큰 업적을 이룬 것에 대하여 그동안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자축하려는 마음도 느껴진다.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연구개발을 통해서 큰 성과를 올리고자 하는 과학기술자의 마음은 모두 같다.

기술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발전시키지 않고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특성이 있다.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에서 아폴로 우주선과 우주왕복선을 자주 발사하던 시기에는 우주로켓 발사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늘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11년 우주왕복선 발사를 끝으로 우주로켓의 발사를 중지했던 나사는 11년 만인 지난해 가을 달로켓인 SLS를 3번 연기한 끝에 4번째에 겨우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우주로켓을 발사하지 않은 11년 동안 경험이 많은 로켓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나사나 관련 업체를 떠난 탓이었다. 누리호는 30년 이상 3조원의 국민 세금으로 개발한 대한민국의 중요한 첨단과학기술 자산이다. 누리호의 과학기술 자산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앞으로는 민간기업 중심으로 3대를 더 제작하여 발사할 예정이다. 누리호 성능을 강화한 새로운 한국형 발사체(KSLV-3)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여 2030년쯤 처음 발사할 계획이다. 따라서 2027년으로 예정된 누리호 마지막 발사로부터 3~4년간은 발사가 없는 것이다. 누리호를 1~2대 더 제작해 이때 발사하는 것도 발사 성공률을 높이고 우주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자마자 다목적실용위성 6호를 아리안스페이스의 우주발사체로 발사한다는 뉴스에 국민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누리호가 있는데 외국 우주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발사하기 때문이다. 다목적실용위성 6호는 누리호 발사 전부터 외국 우주발사체로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누리호가 제 성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였기 때문에 누리호로 발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다목적실용위성 7호와 7A는 무게나 비행궤도가 누리호로 충분히 발사할 수 있으므로 국내발사를 시도해 볼 만하다. 누리호를 개발해놓고도 큰 비용을 들여가며 외국 발사체를 계속 이용하는 것이 국내 우주발사체 개발 명분은 아니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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