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박인터뷰] "강력범죄도 신상공개 확대…'부산 돌려차기' 사각지대 막아야"

전용우 기자 2023. 6. 1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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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 A씨의 신상은 언제쯤 공개될까요.

2심 재판부가 지난 12일 강간살인미수죄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하면서 10년 동안 정보통신망에 신상공개를 명령해 실현 시점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지요.

엄밀히 말하면 당장은 어렵다고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JTBC [담박인터뷰]에서 “가해 남성의 반성문을 보면 자신의 범죄에 대한 정당화 이론만 내세우고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신상공개 절차를 미룰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어떤 연민도 없는 사이코패스의 증후가 있다”는 이유도 제시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한다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피의자와 피고인 단계에서 따라 대상과 범위가 다릅니다.

경찰, 검찰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 단계에서는 살인ㆍ존속살해, 강간, 강도 등의 범죄 혐의자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ㆍ성폭력범죄특례법)의 얼굴, 이름, 나이 딱 세 가지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법원 단계, 즉 검찰 기소로 '피고인'이 되면 성범죄자에 대해서만 가능합니다.

피의자 단계에서 피고인 단계로 넘어가면 도리어 대상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입니다.

승재현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가장 강력하게 보호하는 것은 피의자“라며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 공개가 된다면 그 무죄 추정의 원칙이 조금 더 희석화된 피고인 단계에서도 신상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합리적 의심을 넘는 고도의 개연성으로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사건“이라며 ”피의자 단계에서와 동등하게 사진과 나이 등을 알려주는 공개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신상공개가 국민 공분을 자극해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국민의 공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범죄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인정”이라며 “국민의 법감정을 단순히 포퓰리즘이나 어떤 분노, 광기로 치부해 국민 의견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법부도 조금 과도한 사법 권위주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승재현 선임위원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일시 - 2023. 6. 13


인터뷰 전문

Q 현행 법제상 피의자는 신상정보 공개가 되고 재판 받는 피고인은 안 되는데요

A "왜 우리가 그걸 미리 짐작을 못했을까, 대한민국의 많은 법령에는 분명히 공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조금 더 보호돼야 될 (수사단계의) 피의자가 신상 공개된다면 물론 해석으로 피고인도 당연히 신상 공개가 되어야 되겠죠. 특히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1심 법원에서는 합리적 의심을 넘는 고도의 개연성으로 유죄라고 선고한 사건인 거잖아요. 지금 피의자(단계에서)와 동등하게 사진과 나이는 알려주는 제도가 보완돼야 합니다."

Q 현재는 법원단계(재판 과정) 넘어가서는 형이 확정된 이후에나 신상공개가 가능하게 돼 있지 않습니까

A "예외적으로 성폭력 범죄만 가능한 거죠. 쉽게 말해 살인 범죄로 확정 판결이 나고 징역 30년을 받았다 할지라도 그 살인 범죄자를 우리는 알 수 없는 거죠. 오로지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을 때만 한해서 신상 공개 정보가 등록이 되고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정보가 공개되고 있는 겁니다."

Q 왜 재판 단계에서는 '성폭력 범죄만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됐을까'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피의자의 신상 공개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반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조금이라도 축소하자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어려운데 그걸 피고인 단계까지 하자라고 이야기했으면 굉장히 큰 반대에 부딪혔을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공분을 가지고 있는 또 재범의 위험성이 아주 높은 성범죄에 한해서 국민에게 알려줘야 국민들이 피할 수 있잖아요. 반면에 다른 범죄는 과연 재범 위험성이 없는데도 확정 판결 이후에 신상 공개하는 게 과연 낙인을 찍는, 오히려 불합리한 제도로 그 사람을 계속 교화하는데 오히려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그런 생각들 때문에 피고인 단계에서는 유일하게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만 신상 공개가 되어 있는 거고요."

Q 성범죄 이외 강력범죄 재범 위험성은 무시할 수준인가

A "특정 강력범죄도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 공개가 되는데, 그 범죄는 분명히 재범 위험성이 없다라고 말할 수 없는 범죄예요. 그러면 그 범죄에 대해서도 적어도 (법원 단계에서) 신상공개 대상으로 만들어보는 것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 않느냐…"

Q 그런데 신상 정보공개가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분명히 나옵니다


A "신상 공개가 되는 것보다 우리 형사사법에는 훨씬 더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강력한 수단들이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긴급체포할 수 있죠. 방어권에 대한 제한을 받더라도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으면 인신을 확보해 재판을 받게 만드는데, 신상정보 공개는 딱 세 가지잖아요. 그 사람의 이름, 사진, 나이밖에 없기 때문에 이게 재판에 얼마큼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성적인 문제 법리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

Q 신상공개가 국민 공분 더 자극?…수사와 재판의 공정성 우려는

A "우리 양형위원회 설립의 목적을 건전한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양형이라 그러면 양형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는 국민의 법감정이라는 거죠. 국민이 공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잖아요.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법감정을 과연 법원이 도외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휘둘리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의 법감정을 단순히 하나의 포퓰리즘이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분노, 광기 그래서 우리가 그 의견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법부도 조금 과도한 사법 권위주의라고 생각합니다."

Q 신상정보공개위원회에서도 국민적 분노가 있었던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는 기각한 사례가 없는 것 같아요. 국민의 알 권리라는 측면은 국민적 분노랑 일치시켜도 됩니까

A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분노가 그 범죄와 관계 없는 다른 분노라면 그것은 제외해야 되지만 지금까지 분노는 다 정당한 분노라고 생각합니다. 정당한 분노 속에서 국민이 원한다면 저는 국민의 알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상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


Q 대통령실까지 나서 여성 대상 강력 범죄자 신상 공개 확대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뭐가 돼야 된다고 보십니까

A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공개 대상 범죄가 확대돼야 되겠죠. 여성 대상 강력범죄 특히 지금과 같이 여성에게 치명상을 가하는 범죄에 대해서도 살인이 되지 않는 전 단계 중상해에 의해서도 신상 공개를 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두 번째 단계에서는 사실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가장 강력하게 보호받는 것이 피의자이거든요. 그런데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 공개가 된다면 그 무죄 추정의 원칙이 조금 더 희석화된 피고인 단계에서도 신상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성범죄뿐만 아니라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이번에 '부산 돌려차기 남' 같은 경우도 무차별 폭력 이후에 성폭행으로 이어진…

A "분명히 돌려차기 남자 가해자도 내심에 뭔가 분노와 불만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에게 돌려 차는 정말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우리는 범죄가 저질러진 외피만을 바라보는 거잖아요. 이 사람이 피해자에게 왜 이런 공격을 했는가에 대한 생애사 연구는 전혀 없습니다. 어떤 비정상적 범죄에 대한 가해자의 생애사 연구를 해서 이 사람들이 왜 이런 무차별적 공격을 했는가에 대한 열쇠는 찾을 수 있어요. 그런 유형을 연구하다 보면 뭔가 최대 공약수가 나오게 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예방 정책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Q 부산 돌려차기 남에 대해서도 프로파일러들이 투입돼 당연히 생애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는데 아닙니까


A "생애사 연구는 안 한 것 같아요. 이번에 반성문 보면 분명히 사이코패스 증후가 있어요. 왜냐하면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연민도 없거든요. 오로지 자신의 범죄에 대한 정당화 이론만 내세우면 그거야말로 사이코패스의 가장 대표적인 증후인데 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검토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거죠."

Q 여성 상대 무차별 폭행 강력 사건이 많지만 스토킹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법률의 추가적인 개정 필요성은요

A "가장 큰 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의 죄명을 (삭제해야), 전주환(신당역 스토킹 살인)은 피해자를 찾아갔어요. 반의사 불벌이 되면 처벌 안 하니까요. 너 때문에 내가 처벌 받았다는 형태의 올가미를 씌우는 거거든요."

Q 그런 측면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피할 공간을 마련하는 걸 규정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데요. 정부나 지자체 대응이 크게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A "피해자 입장에서는 왜 잘못이 없는 내가 나의 삶이 망가지는 임시 숙소 시설로 가야 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합니다. 나의 삶을 온전히 보장받고 내가 출근할 수 있고 퇴근할 수 있고 저녁에 삶을 누릴 수 있는 온전한 나의 삶을 지켜달라는 거지 모든 걸 포기하고 임시 시설로 가겠다고 원하는 분들 많지 않아요. 국가가 너에게 임시 숙소를 무조건 주겠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피해자가 원하면 임시 숙소를 주고 피해자가 원하면 그 삶이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신변 보호 방법을 강구하는 게 저는 능동적인 형사정책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용우 선임기자의 [담박인터뷰]는 멋내지 않았지만 깊게 여운을 남기는 담박한 음식의 풍미처럼 우리 사회의 이슈와 삶을 관통하는 인물과 현장의 소식을 담담한 시각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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